붕괴사고 8일째…구조 당국, 건물 내부 집중 수색(종합)

[아파트붕괴]
소방당국 실종자 추가 구조 소식 없어
고층부 수색작업 위해 전진 지휘소 구축
안전한 수색 위해 보강 작업 곳곳 이뤄져
'위험한 사고 현장' 고층 수색 방식 고심
경찰 콘크리트 잔해물 분석 작업 착수

인명구조견과 구조대원이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소방본부 제공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의 수습을 위해 소방당국이 8일째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종자 추가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18일 오전 7시 30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에서 5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수색 작업에는 206명의 인력과 장비 49대, 인명구조견 8마리가 투입됐다. 고층부와 타워크레인 하부 지상과 지하 등 건물 내부를 중심으로 수색이 진행 중이다.

고층부에는 인명구조견 4마리씩 2개조를 투입하고 구조견들이 미세한 반응을 보였던 22~28층을 집중 탐색하고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등 하층부에서는 잔재물 제거 및 탐색 장비를 활용한 수색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종자 추가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고층부 수색 작업 위해 붕괴 건물 내 전진 지휘소 구축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적극적인 실종자 수색을 위해 붕괴 건물 고층부에 전진 지휘소를 설치한다.

대책본부는 건물 20층에 전진 지휘소를 설치하고 있다. 20층은 피난안전구역으로 다른 층보다 천장 높이가 높다. 또 4개 세대 들어선 다른 층과 달리 세대 구분 없이 한 공간으로 구성돼 지휘 장소로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구조대원들은 개인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옥상을 통해 직접 이동하며 고층부를 수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책본부는 전진 지휘소를 통해 실종자들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층부 진출입로를 확보하기로 했다. 또 이곳을 구조대원과 인명구조견들의 휴식 공간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대책본부, 안전 보강 작업 진행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박요진 기자
대책본부는 무엇보다 안전한 수색을 위해 외부 옹벽 보강 등 안전설비를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145m 높이의 타워크레인 해체를 위한 보강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동식 크레인 1호기는 지난 17일부터 타워크레인 해체를 위한 와이어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이동식 크레인 2호기는 현재 조립중이며 이날 조립이 완료될 예정이다.

대책본부는 1200t 크레인 2대, 기존 현장에 설치된 250t·200t·100t 크레인 각 1대 등 모두 5대를 투입해 붕괴 건물에 비스듬이 걸쳐 있는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계획이다.

또 붕괴가 진행된 23~38층에 매달린 잔해의 낙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낙하물 방지망을 19층에 설치했다.

고층부 수색 방식 고심

연합뉴스
실종자 5명이 고층부에 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층부 수색 방식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층부 수색은 건물 붕괴과정에서 훼손된 타워크레인이 해체되고 수색 현장의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방당국은 고층부 건물 절반이 붕괴된 상황에서 철근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막힌 출입구를 뚫거나 옹벽 근처에 일부 남은 난간을 수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크레인이나 건물에 로프를 매고 접근하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추가 붕괴 위험이 있고 바람까지 강해 섣불리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상 수색에만 일주일 정도가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종자들이 특정 장소에서 밀집돼 발견되지 않는 한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잔재물 제거 과정에서 실종자나 작업자들이 추락하지 않도록 작업 속도 역시 제한해야 한다. 대책본부와 자문단 등은 안정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본격적인 고층 수색작업 시작 시점은 확정할 수 없다.

당분간 구조견들이 이상 반응을 보인 지점을 중심으로 추가 붕괴 위험에 대비하며 손으로 옮길 수 있는 잔재물을 치우는 방식이 먼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불량 콘크리트 의혹 수사 '속도'

붕괴사고 현장서 콘크리트 증거물 확보한 경찰. 연합뉴스
경찰은 공사 현장의 붕괴된 콘크리트 잔해물을 수거해 정밀 분석에 들어가는 등 '불량 콘크리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경찰은 이날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와 합동으로 사고현장서 콘크리트 잔해물을 수거해 성분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앞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콘크리트 견본도 함께 분석을 의뢰해 실제 현장에서 사용된 콘크리트와 견본과 차이점은 없었는지 등 강도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한다.

콘크리트가 충분한 강도를 갖추지 못하고 붕괴된 만큼 압축 강도와 불량 여부 등을 밝히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이를 통해 콘크리트 배합 등 자재 자체의 불량인지 양생 과정에서의 문제인지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실제 무너진 층의 건물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로 추후 진행된다.

경찰은 전날 콘크리트 납품업체 10곳에서 확보한 공사 계약과 납품 관련 자료 등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붕괴 사고 이후 콘크리트 품질 등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관련 증언과 증거도 일부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고 희생자 서울서 발인식 엄수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일대에 '실종자가 무사히 구조되길 기도한다'는 문구가 담긴 꽃다발이 내걸렸다. 유대용 기자
이번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로 숨진 A(66)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A씨의 발인식이 이뤄졌다. 발인에는 유족을 비롯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광주 서구, A씨가 소속된 협력업체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앞서 장례 이틀째였던 전날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정치인 가운데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박주민, 김영배, 이수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시공사 현산에 '최고 페널티' 검토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국토교통부가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등록말소·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노형욱 장관은 지난 17일 국토부 세종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산은 두 번씩이나 사고를 반복적으로 일으켰다.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법규와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노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 안전을 대신할 수 있는 가치는 없다. 최고로 등록말소까지 갈 수 있다"며 "원인조사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등록말소는 지난 1993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 적용됐던 제재 수위로, 이전의 건설 수주나 실적이 소멸되며 공공사업과 민간공사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활동도 금지된다. 이번 사고에서 고의 과실, 부실시공, 구조상 중요부분 손괴, 공중의 위협 등의 조건이 확인되면 국토부 장관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현산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생계 위기' 실종자 가족, 현산 측 약속은 '빈말'뿐

현장 둘러보는 실종자 가족들. 연합뉴스
붕괴 사고 8일째, 생업에 손을 놓고 구조 소식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생계까지 걱정할 처지에 놓였지만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의 지원 약속은 빈말에 그치고 있다.

경찰은 광주 서구 붕괴 사고 지원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B씨가 직장에서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고용노동부에 B씨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다. 앞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실종자 수색 지원과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생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희생자 가족들의 설명이다.

실제 정몽규 회장이 붕괴 사고와 관련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당일까지 실종된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B씨는 일주일째 직장에 출근하지 못해 생계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사고 이후 줄곧 현장을 지키다 보니 회사에서는 기존 B씨 업무를 분장하는 조치가 이뤄졌고 B씨는 해고되는 것은 아닌지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다.

B씨와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책임이 있는 현산 측이 아닌 주변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특히 사고 현장의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서 실종자 수색작업이 장기화하고 있어 실종자를 찾는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데 실종자 가족들의 걱정과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의당 "붕괴사고 인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의당 광주시당이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붕괴사고와 관련해 중앙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당 현대산업개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나서 행정안전부 장관 산하 중앙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대책본부는 "사고 규모와 내용이 역대 어느 사고보다도 크고 중한데 정부는 지금 개별 부처별 대응을 하고 광주시에 이 사고 수습을 일임한 모양새"라며 "사고 해결을 위해서는 전체를 책임지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발생 지역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붕괴한 아파트는 추가 사고 위험이 있다"라며 "인근 주민들과 상가의 피해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데다 입주 예정자들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수천 명에 이른다"라고 강조했다. 또 "광주 서구 아이파크 인근 지역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지원을 서둘러 주시기 바란다"며 "학동 참사와 유사한 전철을 밟고 회생을 꾀하는 현대산업개발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이 부여한 국가의 권한으로 살인기업을 영구 퇴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광주 고교생들 "붕괴 사고 의혹들 철저히 조사해야"


광주고등학교학생의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광주고등학교학생의회는 이날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붕괴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광주고등학교학생의회는 성명을 통해 불법 재하도급과 부실시공 등 모든 의혹과 원인을 정부 차원에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시공사와 도급업체의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광주 내 모든 건설현장 안전 전수조사, 이번 참사의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적 재정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광주고등학교학생의회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요구가 관철될 때 까지 전 과정을 감시하고 실천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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