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 드릴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초과세수가 2021년도 2차 추경 이후 기재부가 전망한 19조 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세수입 집계 결과 이미 9조 1천억 원의 초과세수가 했고 12월 국세수입이 전년인 2020년 12월 17조 7천억 원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차 추경 이후 초과세수는 최소 26조 8천억 원 이상으로, 기재부 전망보다 약 8조 원이나 많은 규모다.
지난해 본예산의 국세수입 예산 282조 7천억 원의 20%를 넘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 "초과세수 활용"은 사실상 추경 편성 지시
대통령은 "초과세수를 활용하라"고 했지만, 지난해 초과세수를 당장 소상공인 지원 등에 활용할 수는 없다.
발생 당해 연도에 쓰이지 못한 초과세수는 세입세출 결산을 거쳐 '세계잉여금' 규모가 확정되는 이듬해 4월 이후에나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초과세수를 활용한 소상공인 지원 방안 마련'이 결국 '추경 편성 지시'로 해석되는 이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니 우선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편성하고 지난해 세입세출 결산이 확정되면 초과세수로 재정을 보강하는 방안이다.
그럼, 지난해 초과세수 중 올해 추경 관련해 사후에라도 쓸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2차 추경 이후 최소 26조 8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 가운데 이미 7조 8천억 원은 지난해 활용이 됐다.
초과세수 26.8조 중 올해 추경 관련 활용 가능은 8조 불과
따라서 7조 8천억 원을 제외한 19조 원 정도가 올해로 넘어와 결산을 거치는데 이 금액도 전부가 추경 사후 재정 보강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법은 결산을 거친 뒤 확정되는 세계잉여금 집행 순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1순위는 '지방교부세 등 정산'으로, 전체 세계잉여금의 약 40%를 차지한다.
지방교부세 등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의 30%는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돼야 한다. 그 나머지가 국채 상환과 추경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결국, 지난해 2차 추경 이후 초과세수 가운데 8조 원 정도만 올해 추경 사후 재정 보강에 투입될 수 있는 셈이다.
여당은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 '부분 아닌 전부, 사후 아닌 사전, 융자보다 직접 재정 지원'을 강조하며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염두에 둔 25조 원 이상 규모 추경 편성을 기재부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초과세수 규모가 기재부 전망치를 다시 대폭 상회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추경 편성 압박 강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자영업자·소상공인 고통에 추경 말고는 대책 없어"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구체적인 추경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기재부로서는 연초 대규모 추경 편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상투적인 '재정건전성'을 들먹이며 여당에 저항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10조 원 남짓'에서 '19조 원'으로, 다시 '26조 8천억 원 이상'으로 초과세수 전망 '헛발질'을 거듭해 소상공인 지원 여력을 대폭 위축시킨 장본인이 바로 기재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과세수 전망이 보다 정확하게 이뤄져 2차 추경 이후 발생분 26조 8천억 원까지 추경에 반영됐다면 지방교부세 등 정산 40%를 뺀 16조 원가량을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가 필요한 정식 예산 편성 없이 제한된 범위에서 행정부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실제 투입된 금액은 그의 1/3 정도인 5조 3천억 원에 그쳤다.
기재부는 이르면 14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와 함께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