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KBS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에 4자 토론을 제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정확한 실무 협의 날짜가 적히지는 않았다. 일단 토론에 참여하겠다는 답변 뒤 실무협의 날짜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이 가장 먼저 나섰다. 민주당은 KBS에 더 정확한 공문과 함께 실무 협의 날짜가 적힌 공문을 요구했고, KBS는 요청대로 10일 실무협의를 하자고 다시 공문을 보내 제안했다. 민주당에게만 실무협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10일 민주당은 KBS를 찾아 "오는 18일에 토론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국민의힘도 실무 협의 빨리 하라' 기선잡기 나선 민주당
결국 "우리 당은 실무협의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나서지 않고 있다"는 민주당의 비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인 셈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김은혜 공보단장은 민주당을 향해 "최종 KBS 공문엔 어떠한 일시도 민주당과의 실무협의 일정도 적시되어 있지 않다"며 "이재명 후보를 제외한 3당 후보가 전혀 합의된 바도 없는 일시에 KBS를 일방적으로 방문해 나머지 3당 후보를 뻔뻔한 협상자로 내 몬 이유를 설명해주시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실무협의 보다는 각 당 합의가 먼저" 시간 끌기 나선 국민의힘
과거 2017년 대선에서 법정 의무 토론 외에 추가 토론이 이뤄진 적이 있다. 당시 SBS, KBS, JTBC가 토론을 주최했다. 하지만 KBS 김현석 토론 단장에 따르면, 당시에도 공문을 보내 각 당이 토론에 응하면 그 때부터 토론 실무 협의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김 단장은 "2017년 당시에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당시 KBS 토론은 2017년 4월 19일에 열렸고, 실무협의는 5일 전인 14일에 가졌다. 해당 실무 협의에서는 자리 배치와 토론 주제 등 룰세팅이 이뤄졌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KBS가 보낸 공문에 '토론 참여' 여부를 응답하면 됐는데, 실무 협의 날짜를 두고 민주당과 불필요한 논쟁을 키운 셈이다.
민주당은 선거법상 법정 의무 토론 이외에는 토론 주관이 언론사로 규정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실무협의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찬대 대변인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초청 토론회의 주체는 정당이 아니라 언론기관"이라며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언론기관만 토론회를 주관할 수 있다. 선거에서 상식에 가까운 이 사실을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뻔뻔한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각 당 간 협의가 먼저'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도 '즉각 협의에 나서겠다'고 답한 상태다.
공문 내용 두고 말싸움 벌인 여야…토론전 앞둔 치열한 신경전 막 올라
한편, KBS 토론회가 결국 열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요청대로 오는 18일에 토론이 성사되면, 가장 먼저 열리는 20대 대선 4자 토론으로 기록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토론할 의향이 있다면 오늘부터 즉각 합동 방송 토론 협상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도 즉각 "협의에 나서겠다"고 화답하면서 추가 토론 협의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