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31일 경찰 고소 시점 때까지도 횡령액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고소장에 적은 액수는 1430억 원이었는데, 열흘 동안 경찰 수사 과정에서 785억 원이 더해져 총 파악액은 2215억 원에 달한다. 회사 자기자본 대비 108.18%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회사는 자금관리 직원 이모(45)씨가 2020년도 4분기에도 235억 원을 출금했다가 반환한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전날에서야 뒤늦게 공시했다.
이 회사엔 횡령 등 이상행위를 내외부에서 감지하고 통제하는 시스템과 전문인력이 존재하긴 했지만, 여러 내부 문서상 흔적들을 종합하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일어나서도,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황당하게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오스템임플란트 내부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회계통제시스템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운영돼 왔다. 이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제 8조'에 따른 것으로, 법적 책임자는 엄태관 대표이사다. 엄 대표가 제도 운영 담당자로 지정한 내부회계관리자는 송인섭 재경본부장으로 파악됐다. 해당 법에 따라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그 실태를 평가하는 역할을 맡은 감사는 조재두 전 한국거래소 상무로, 2019년 3월부터 해당 직책에 선임됐다.
오스템임플란트에는 '외부 통제'라는 3중 장치까지 작동 중이었다. 내부 회계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외감법에 따른 것인데, 마찬가지로 '오작동' 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2020년 1~12월분 사업보고서엔 보면 '외부 감사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감사인이었던 삼덕회계법인은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기재했다. 그해 4분기에 발생했다는 '235억 원 횡령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한 전후 사정을 묻기 위해 해당 회계법인에 연락했지만 "담당자 연결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해 이 회사의 외부 감사인은 인덕회계법인으로 바뀌었는데, 아직 감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외부통제 과정에서조차 범행 포착이 이뤄지지 않은 걸 상당히 이례적인 대목으로 꼽는다. 일각에선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범행"이라며 "조력자가 누구인지는 끝까지 따져봐야겠지만, 내부에서 시스템을 잘 갖춰놓은 척 하고 외부 감사를 속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통제방안을 더 엄격하게 보강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오히려 관련 벌칙 규정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회계전문가인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번 이례적 사건을 계기로 기업 통제를 강화하는 게 맞는 건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오히려 통제 장치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았을 경우 경영진, 임직원이 져야 할 책임을 강화하는 게 맞아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