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은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이 EU와 같이 (택소노미에) 조건을 단다면 (EU보다) 더 유연한 조건으로 할 수는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택소노미'는 친환경적인 기술, 산업 활동을 분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택소노미에 포함된 기술, 산업은 금융 등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장관은 EU의 택소노미에 대해 "폐기물 처리 부지는 확보됐는지, 폐기물 처리 안전 계획은 수립했는지, 처리할 자금은 있는지 등 강력한 조건이 붙어있다"며 "EU도 국가별로 (의견이) 나뉜 상태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이른바 'K-택소노미'에서는 원자력발전을 배제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연구에는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한 장관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기준 발전량의 6.4%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최하위이고, OECD 평균치는 27.8%에 달한다"며 "다른 나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30, 40%까지 가는 상황에서 '원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도 원전을 수출하고 있고, 원전 투자를 막고 있지 않다"며 "택소노미에 들어가면 자금을 조달할 때 저렴하게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들어가지 않았다고 자금 조달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앞으로 (원전에 대해) 고준위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 적게 나오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며 "SMR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고, 실증도 끝낼 수 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MR에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 중인데, 국가 예산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며 "올 한해에는 EU 결과를 보며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인천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논란에 대해서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시점에 제3의 위치를 확보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정치의 계절이라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 경기, 인천 3자가 만나 협의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매립지를 30년간 유지한 상황에서 인천시민의 불편함, 공정하지 못하다는 요구는 있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늘 4자(서울, 경기, 인천, 환경부)가 모여 합의해왔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조정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싸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작은 피해가 있다면 피해를 상쇄하는 지원도 협의를 거쳐 해당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환경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 후보지를 찾기 위해 공모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어느 자치단체장도 용기 있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방선거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