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원전 포함 EU 택소노미, 가능할까 의문…한국이 더 유연하게는 못해"

원전도 '친환경 에너지' EU 택소노미에 "앞에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나라마다 의견도 갈려" 평가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OECD 최하위…'원전 해결' 주장은 책임 있는 정부 아냐"
고준위 폐기물 기피 심해지며 수요 늘어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서두르기로
인천의 수도권 매립지 논란에는 "지방선거 끝난 후 대체 후보지 공모 다시 추진할 것"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한정애 장관이 최근 유럽연합(EU)이 택소노미(Taxonomy) 초안에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 데 대해 "한시적이고 조건이 앞에 덕지덕지 붙은 상태"라며 "EU의 조건이 가능하기는 할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이 EU와 같이 (택소노미에) 조건을 단다면 (EU보다) 더 유연한 조건으로 할 수는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택소노미'는 친환경적인 기술, 산업 활동을 분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택소노미에 포함된 기술, 산업은 금융 등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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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 택소노미 초안에 원자력 발전도 친환경 '녹색 에너지'로 분류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EU의 택소노미에 대해 "폐기물 처리 부지는 확보됐는지, 폐기물 처리 안전 계획은 수립했는지, 처리할 자금은 있는지 등 강력한 조건이 붙어있다"며 "EU도 국가별로 (의견이) 나뉜 상태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이른바 'K-택소노미'에서는 원자력발전을 배제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연구에는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한 장관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기준 발전량의 6.4%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최하위이고, OECD 평균치는 27.8%에 달한다"며 "다른 나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30, 40%까지 가는 상황에서 '원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도 원전을 수출하고 있고, 원전 투자를 막고 있지 않다"며 "택소노미에 들어가면 자금을 조달할 때 저렴하게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들어가지 않았다고 자금 조달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앞으로 (원전에 대해) 고준위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 적게 나오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며 "SMR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고, 실증도 끝낼 수 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MR에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 중인데, 국가 예산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며 "올 한해에는 EU 결과를 보며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인천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논란에 대해서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시점에 제3의 위치를 확보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수도권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수용해온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를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정치의 계절이라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 경기, 인천 3자가 만나 협의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매립지를 30년간 유지한 상황에서 인천시민의 불편함, 공정하지 못하다는 요구는 있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늘 4자(서울, 경기, 인천, 환경부)가 모여 합의해왔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조정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싸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작은 피해가 있다면 피해를 상쇄하는 지원도 협의를 거쳐 해당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환경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 후보지를 찾기 위해 공모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어느 자치단체장도 용기 있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방선거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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