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혈 시위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한 경고 없는 발포와 조준 사격을 허락하고 러시아 등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파병을 요청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러시아가 여기에 호응해 신속하게 공수부대를 하는 등 역학관계에서 월등히 앞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유혈시위와 관련해 토카예프 대통령이 CSTO에 지원을 요청하고 러시아가 이에 화답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했을 때만해도 등거리 정책을 유지했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카자흐에서 현재 발생한 사건은 카자흐 내정"이라며 "당국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하루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에 의해 뒤집혔다. 시 주석은 7일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구두 메시지를 보내 시위대를 진압한데 대해 국가와 인민에 대해 고도의 책임감 있는 입장이었다고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의 카자흐 유혈진압 지지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에서의 혼란이 중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중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같은 우방이지만 카자흐스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놓고는 경쟁적 관계인 러시아에 선수를 뺏긴 실점을 만회하겠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카자흐스탄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 급변은 경고 없는 조준 사격을 지시한 토카예프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환영으로 이어졌다.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0일 카자흐스탄 트레우베르디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을 환영하며 카자흐스탄 선수단의 올림픽 참석이 안전하고 순조로우며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레우베르디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세계평화와 협력을 촉진하고 모든 국가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