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과잉진료 억제' 위한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 적극 유도
보험업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4세대 실손보험이다. 보험사의 적자 폭을 키워온 것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였다. 이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 출시된 보험이다.보험료는 기존 보험보다 싸지만 자기부담비율이 20~30%로 높고 보험료 할인·할증제가 적용된다. 비싼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최대 300% 할증될 수도 있다.
지난 9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6월 이전 옛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새로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을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의 절반을 감면해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4세대 이전 실손보험들은 보험료가 올해 들어 또 올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2년도 1~3세대 실손보험의 전체 인상률은 평균 14.2% 선이다.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1·2세대만 보면 평균 16%가 오른다. 3세대의 경우 2020년부터 적용됐던 한시적인 할인 혜택(8.9%)이 종료된다. 보험업계는 높은 손해율을 들며 당초 보험료 25% 인상을 요구했었다.
"보험료 올라도 4세대로는 안 갈아타.." 보험업계 유인책에도 소비자 전환율 낮아
보험업계의 4세대 전환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1세대 보험에 가입한 어머니의 보험료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신모(32) 씨는 "오른 보험료가 부담된다. 주변에서 4세대 보험으로 바꾸면 보험료가 싸다고 해서 고민하기는 했다"면서도 "4세대 보험으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신 씨는 "저희 어머니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비싼 비용을 내고 보험을 유지해 왔고 이제 나이가 들어 아무래도 병원을 많이 다닐 수밖에 없다. 보험료가 두 배 오르더라도 보장을 더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1세대 보험을 그냥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열심히 돈 내고 유지했는데 이제 와서 4세대로 전환하면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본전도 못 찾는다'는 심리가 있다. 또 보장이 더 좋은데 한 번 갈아타면 다시 진입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1·2세대 보험에) 일종의 '희소가치'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손보험의 경우 가입을 성사시켰을 경우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가 매우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입률이 적어지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보험료 50%를 감면해 준다는데, 전혀 유인책이 될 수 없다. 한 달에 적게는 몇천 원 많게는 몇만 원을 아끼자고 4세대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유인책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1·2세대 보험의 근본적인 문제도 다뤄야"
일각에서는 4세대 보험으로 전환 적자 폭이 줄어들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의 적자 폭을 키워 온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를 근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정성희 보험연구원 보험연구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쇼핑', '과잉진료'는 공급 쪽에서 조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별 생각 없이 병원에 갔다가 불필요한 진료가 공급자의 권유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멋대로인 비급여 진료 비용에 상한선을 두는 등 의료계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