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자의적인 방역패스 적용 기준을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기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혼밥'은 되고 혼자 쇼핑은 금지…종교시설 패스 제외 '논란'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유행 안정화 추세가 방역패스와 사적모임 제한 조치에 따른 효과라고 보고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12월 10~19일 주부터 유행이 감소하다가 19~25일 주에서 유행 감소가 완연하게 나타났다"며 "이는 12월6일 방역패스 확대 조치와 사적모임 제한 강화 조치 때문이라고 보고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행의 감소 여부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방역패스 확대 조치가 실제로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미접종자의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이라며 백신패스의 효과가 미접종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장에서는 방역패스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종교시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방역패스 적용 대상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지난해 집단감염 발생 건수는 각각 19건(427명), 12건(327명)이다. 반면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닌 교회는 233건(7491명)으로 이보다 훨씬 많다.
이번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학원과 독서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월5일까지 신고된 집단감염은 학원 190건, 독서실 2건이다. 2년치 통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교회와 비교할때 현저히 적은 수치다.
정부가 방역패스 적용 대상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식당과 카페는 '생활필수시설'에 해당해 예외를 뒀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생활필수시설'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개인에 따라 마트 이용이 필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설의 성격과 이용 방식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종교시설의 경우 충분히 강화된 방역수칙이 적용돼 방역패스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손 반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접종 완료자로 채우면 정원의 70%까지만 예배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운영해 지금 방역패스보다 더 강화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다른 옵션으로 미접종자가 함께 참여할 경우 정원의 30%까지 예배가 가능하도록 열어두면서 사실상 미접종자의 집단감염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경우 상한선이 299명까지여서 대형교회의 경우 미접종자 수백명이 모일 수도 있다.
방역수용성 떨어질까 우려…전문가 "합리적 근거로 설득해야"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과학적 기준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일부 방역 전문가는 △마스크 착용 △실내환기 가능 여부와 같은 '감염위험도'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학원과 독서실 같은 장소는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봐야한다는 취지다. 마트 같은 경우 밀폐된 공간이지만 이용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 환기시설이 갖춰진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결국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인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학습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다보니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는 마치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접종률 상황을 고려해 필수적인 시설에는 방역패스를 좀 더 신중하게 적용하거나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