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응단계 해제…소방당국 판단 적절했나

지난 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현장. 이준석 기자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됐다가 실종된 소방관 3명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큰 불길이 잡혔다는 소방당국의 판단에 따라 현장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인데, 섣부른 판단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에 있는 냉동창고 공사현장의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것으로 보고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이어 내부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을 위해 각 층에 소방관을 투입했다. 실종된 소방관 5명은 오전 9시쯤 건물 2층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이 투입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번졌고, 소방당국은 9시 21분쯤 또다시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실종된 소방관 5명 중 2명은 스스로 건물에서 탈출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명 중 2명은 낮 12시 22분쯤 건물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한 명도 12시 41분쯤 인근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됐던 소방관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소방당국이 무리하게 소방관을 현장에 투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민대학교 이용재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면적이 넓은 건물은 외부에서 보이는 화재가 진압됐다 하더라도 내부의 상황이 어떤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특히나 가연성 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냉동창고는 그 판단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같은 선진국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불길을 완전히 잡거나 더 이상 탈 것이 없을 때 소방관을 투입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무리하게 인력을 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 관계자는 "대응 단계 해제 및 소방관 투입은 책임자가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화재 현장의 상황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변수는 항상 발생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평택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1층에서 불이 났다. 이 건물은 연면적 19만 9762㎡, 7층 규모다.

화재 당시 공사현장 1층에서는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이 진행 중이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작업자 5명은 모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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