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5일) 박 전 특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11월26일 첫 소환조사가 이뤄진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2차 소환조사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 본격화 직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변호사로 활동했었고, 그의 딸도 이 회사에서 근무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화천대유에서 거액을 지급받거나, 받기로 약속됐다는 '50억 클럽'의 일원으로 박 전 특검을 지목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거나 통보받은 일이 결코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혁명당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팀은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 가운데 인척 이씨를 길목 삼아 오갔던 대장동 사업 자금과 박 전 특검과의 연관성 존재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권을 독점했던 A업체 대표로, 2014년~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 측에 토목업체 대표 나모씨의 돈 20억원을 포함한 40여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한 계약서 등 부속서류를 보면 이씨는 대장동 사업 분양·토목·설계업체 선정 등 업무를 도맡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남 변호사 측 자산관리사 판교에이엠씨와 맺는다. 문서상 계약시점은 2014년 9월이다. 같은 해 10월로 계약시점이 적시된 서류엔 이씨가 토목공사를 몰아주는 조건으로 나씨에게 20억원의 선급금을 지급받은 뒤 추후 반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장동 사업자로 화천대유 중심의 컨소시엄이 선정된 건 2015년 3월인데, 그보다 수개월 전에 이미 민간업자들 간 계약을 맺고 돈 거래를 한 수상한 정황이다.
이씨가 남 변호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 40여억원이나, 추후 나씨에게 돌려줬다는 100억원의 용처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로비자금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박 전 특검은 이 자금 조성 과정에 관여하거나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들 사이의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전혀 알지 못한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다만 "이씨에게 오래 전에 돈을 빌려줬다가 변제받은 사실은 있다"고 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재소환에 앞서 이씨에 대해선 작년 11월 참고인 조사를 마지막으로 추가 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업진행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씨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이전에 관여한 2014년 위례신도시 사업 때에도 분양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라며 "이 사건 주요 관계자들의 유착과 그에 따른 사업 진척 상황을 다 봤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대장동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전에 사업 권한도 없는 판교에이엠씨에 40여억원을 '베팅'한 것 아니겠느냐. 그런 중요 인물에 대해 검찰은 혐의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교에이엠씨와의 계약과 그에 따른 돈 거래가 '업무상 배임'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씨의 A업체가 손해를 입었다는 근거는 없어 혐의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자금 용처에 대한 보다 밀도 있는 수사를 촉구하는 이들 사이에선 100억원을 요구한 나씨의 행위가 공갈죄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