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QRC뱅크 고모(40)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 19일 QRC뱅크 명의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약 1400평 규모의 토지를 19억 6500만원에 매수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앞서 해당 토지는 3명이 공동으로 사들인 뒤 건물을 지어 기숙학원 사업을 하려고 했던 곳이다. 당시 기초 공사까지만 진행한 이들은 QRC뱅크에 토지와 신축 중인 건물, 사업권까지 전부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를 담보로 빌린 대출 약 7억 6500만원이 QRC뱅크 법인으로 승계가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마침 그 시점에 경찰에서 QRC뱅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월 29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QRC뱅크에 대한 범죄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3월 25일 QRC뱅크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법인 명의 계좌를 동결했다.
고 대표가 불법 다단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자 자산을 빼돌리기 위해 새로운 법인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때 특이한 것은 토지 매도자 3명 중 한 명인 A(44)씨가 고 대표와 함께 QRC에듀의 공동 대표에 올랐다는 점이다. 매도자가 매수자 측과 협업 관계를 맺어 공동 대표가 된 셈이다.
그런데 6월 25일 고 대표는 돌연 QRC에듀 공동 대표직에서 사임한다. 단독 대표가 된 A씨는 사업자 등록번호 등은 같지만 법인명만 QRC에듀에서 'C'로 변경한다. 외관상으로는 해당 사업에서 QRC 및 고 대표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됐다.
약 3개월 뒤인 9월 16일 고 대표는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대부분의 자산이 추징보전됐지만, 해당 기숙학원과 관련된 자산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었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해당 돈이 범죄 수익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대출이 막혔을 때도 은행에서 '신생법인이고 신용이 부족하다'는 설명만 있어서 몰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QRC에듀 공동 대표가 된 이유는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으려면 교육 사업을 하는 사람이 법인에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하필 적임자가 나밖에 없어서 내가 공동 대표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실상 QRC뱅크가 투자 계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내가 다 가져갈 수도 있지만 QRC뱅크 피해자들이 있다고 하니 도의적으로 학원을 운영하면서 일부 환원활 계획"이라며 "고 대표 측 변호사와 계속 연락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 대표는 최근 불법 다단계 피해자들과의 합의문에서 "건축주 (주)큐알씨에듀가 준공 후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면 금융기관에서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해당 건물이 'QRC뱅크의 것'이라고 실토한 셈이다.
해당 기숙학원의 소유권에 대한 A씨와 고 대표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이에 취재진이 구속된 고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임계를 낸 법무법인 3곳에 모두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당 건물은 지난 11월 30일 준공이 완료됐다. 최근 한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이 입점해 기숙학원 영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건물과 토지의 가치는 약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QRC뱅크 피해자들은 검찰에 해당 부동산에 대해서도 추징보전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고 대표는 이외에도 자산 대부분을 전 부인인 B씨 명의로 돌려놓은 전력이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법원의 추징보전 결정문에 따르면 고 대표는 2020년 4월 2일 B씨와 이혼을 한 뒤에도 QRC뱅크 돈으로 B씨 명의의 예금·주식·부동산 등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분당 아파트와 서초동 오피스텔, 청담동 펜트하우스, 남해 펜트하우스 등은 물론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우라칸 등 고급 수입차 리스까지 모두 부인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장이혼'이라고 본 경찰은 부인 명의 자산까지 추징 보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