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는 전날에 이어 4일에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선대위 쇄신안을 도출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목표일 뿐 정확한 데드라인이 아니다보니 당 안팎에서는 내홍에 이르게 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고 따지며 서로 손가락질만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기습' 쇄신 발표로 혼란을 야기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와의 갈등으로 당 내홍을 부각시킨 이준석 대표, 윤 후보를 호가호위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공히 거론되고, 이 모든 책임은 결국 윤 후보 본인에게 있다는 지적들까지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SNS에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거론하며 "적어도 선거 기간만이라도 이 대표가 스스로 직무 정지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름다운 정치가 아닐까"라고 했다.
실제로 당 지도부 9명 중 원내지도부 2인이 빠진 만큼, 윤 후보에게 우호적인 3명이 추가로 사퇴할 경우 의결정족수 미달로 당 지도부를 무력화한다는 시나리오가 당 안팎에서 떠돌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이 의총 등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언급하라며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이 대표는 윤 후보 선대위는 물론, 소속 의원 상당수에게 포위된 처지다. 그러나 그는 "즉각적으로 대체 멤버를 준비하겠다"며 자신의 거취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날은 "공식적인 경로로 공식적으로 (사퇴론을) 말씀하시는 분들에 대해선 제가 답하겠다"고 정면 응수 방침도 밝혔다.
전방위 사퇴 압력과 이에 맞서는 이 대표의 갈등은, 칩거 상태로 골몰 중인 윤 후보의 쇄신안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구상처럼 "일하는 사람이 많고 지휘하는 사람이 적은, 실무진 중심의 신속개편 시스템(임태희 종합상황실장)"이 된다는 것은 이 대표를 위한 공간이 열린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한 선출직이라는 정통성과 2030세대에게 가지는 소구력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주문해왔다.
반대로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을 배제하고 선대위를 꾸리는, 동시에 이 대표의 역할이 축소·생략 되는 안 역시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 확장력을 봤을 땐 김 위원장이나 이 대표를 안고 가는 게 맞지만, 윤 후보 본인이 의지해왔던 그룹을 중심으로 끌고 나가는 게 자신 있다면 김 위원장과 이 대표를 배제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가 선대위에서 자신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거론하는 취재진에게 "나하고 관계가 없다"며 "그런 질문은 미안하지만,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가 자기 나름대로 최종 결정을 안 한 모양이니까 기다려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오늘 내일 사이에 결말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