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부터 22사단에서는 이런 사례가 또 발생했다. 2년 전 철책선을 넘어 귀순한 탈북자가 같은 루트를 통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이 탈북자가 경계망에 포착이 됐는데도 초동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수상한 월북 의심자를 발견해 추적에 나선 것은 밤 9시 40분경이다. 그런데 이 월북자는 이미 세 시간 전에 우리 CCTV에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철책에 설치된 감시센서도 작동했지만, 아무런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감시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경보를 울렸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감시장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명백한 인재(人災)다.
2012년 일어났던 '노크귀순' 사건이 발생했던 곳도 이 지역이고 지난해 2월에는 '헤엄귀순' 사건도 있었다. 북한 주민이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쳐 귀순했는데, 당시에도 감시 장비가 작동했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이쯤 되면 22사단 담당구역은 고성군은 '남북한 통행로'라고 불릴 만 하다. 다시 북으로 돌아간 사람은 2년 전 탈북한 북한주민이다. 군 당군은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간첩활동을 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경계망이 허술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루트를 통해 북한이 어떤 도발을 시도하거나 대남 공작원을 남파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크귀순' 사건은 2012년 10월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다. 한미연합 훈련이 한창이던 2013년 8월에는 에 북한 주민이 '삼엄한 경계'를 뚫고 강화도 교동도로 귀순했다. 박근혜 정부 때다.
최전방의 경계임무를 담당하는 GP초소를 성급하게 철거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GP는 운용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데다, 감시 체계의 고도화로 이미 효용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설물이다.
2005년의 연천의 G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더구나 인구 감소로 입대자원까지 부족한 상황에 효용성이 떨어지는 GP초소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또한 목숨을 걸고 남으로 내려온 탈북인들이 남한에 잘 정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번에 다시 월북한 탈북인은 남한에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탈북했다가 다시 북으로 돌아간 탈북인은 30명에 이른다.
차별과 생활고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순히 정착금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국방부의 책임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