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문 대통령이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신년사에서 직접 대선 화두를 제시했다. 바로 '국민 통합'과 '미래'이다. 원론적인 가치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상당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이 천명한 '통합과 미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1순위 가치들이다. 이 후보도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대국민 메시지가 하루를 차이로 비슷하게 겹친다면, 여권 전체가 힘을 합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중도층을 포함해 40%를 훨씬 웃도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이 후보와 같은 가치를 천명하는 것 자체가, 이 후보 측 지지율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 부분은 야권의 맹목적인 정권 심판론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내부 분열을 겪으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무조건적인 정권 심판론을 '적대와 증오'로 에둘러 표현하며 경계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차기 정부는 이번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할만 하다.
민주주의의 복원, 경제 성장, 분배 개선, 코로나19 방역 등 각 분야에 성과에 대해 일일이 나열한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화법 변화는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계기로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이 홀로 어렵게 내린 사면 결정이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옥죄어 오던 정치 중립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관례상 문 대통령이 조만간 신년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보여, 탄핵 결정의 배경과 통합을 강조한 이유, 대선에 대한 평가 등을 보다 자유롭게 언급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