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무주택자 낙관과 비관 엇갈리는 2022년

"새해도 오를 테니 산다"vs"당장 집사기엔 무리"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업소들이 밀집한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새해에 집을 '사느냐, 마느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의 고민이 깊다.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내년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덜 오른다" 했지만 '더 오른' 작년…"올해도 마찬가지일까 봐"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해 말 생애 첫 아파트 매매계약을 마쳤다.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마음은 후련하다.
 
서울 강남에 직장을 두고 집을 경기도로 옮기는 것은 아쉽지만, 출퇴근을 할 만한 거리에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6억 원 이하 주택을 찾고 또 찾은 결과다.
 
이씨는 "서울이 아닌 게 아쉽긴 하지만 잘한 선택 같다"며 "보금자리론 고정금리가 3%대인데, 석 달 만에 앞자리가 바뀐 걸 보고 올해 대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겠다 싶어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덜 오른다" 했지만 역시나 크게 올랐던 지난해 집값이 이씨의 결정에 큰 몫을 했다.
 
전국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한국부동산원 제공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지난해 6월=100)는 1월 95.2에서 11월 104.3으로, 월 단위 기준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상승을 지속했다. 민간 통계에서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2019년 1월=100)는 지난해 1월 109,9에서 역시 월마다 계속 올라 12월 기준 124.8을 기록했다.
 
이씨는 "집값이 이렇게 오르고, 전반적인 대출 규제도 강화하는데 전세를 살며 계속 '때'를 기다리다가는 영 집을 못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며 "어차피 실거주 목적인데, 올해 집값이 '작년처럼' 오르지 않을까 봐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사진 않지만…올해도 걱정만 가득"

 
또 다른 직장인 황모(31)씨 역시 서울에 직장을 두고 결혼과 함께 경기도로 이사가 예정돼 있다. 다만, 황씨의 새 보금자리는 전셋집이다.
 
집값이 너무 올랐는데, 자금이 부족한 데다 대출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황씨는 "우선 올해 당장은 매매 계획이 없다"며 "전셋집에 살다가 기회를 봐야겠지만, 예비 신랑이나 나나 부모님으로부터 따로 지원을 받는 게 아니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며 정책 변동성이 있는 점도 고민이다.
 
황씨는 "최근엔 아파트값이 '억' 단위로 떨어진다는 뉴스도 봤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미 '떨어져봤자'인 가격대"라며 "이번 전세 계약기간 안에 여러 방향을 고민해보겠지만, 집 문제 때문에 부모님께서도 결혼 전부터 걱정이 많으시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택산업연구원은 '2022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전국 매매가격이 2.5%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주택(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2%대로 내다봤다. 이밖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도 경제 전망 등을 통해 집값 상승률이 2~3% 수준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추첨제 ↑…"'당첨 가능성'이라도 생겼으니 기다려보겠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반면 올해 주택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젊은층을 위한 추첨제 비중까지 커지는 점 등에 희망을 거는 이들도 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을 기준으로는 민간분양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경우에야 50~70%가량 주어지던 추첨제 물량이 좀 더 작은 평수 등에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청년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예측치)은 작년의 2배가량인 13만 5천 호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민간분양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30%는 소득기준 등을 고려하지 않는 추첨제(단, 부동산자산 3억 3천만 원 이하 요건은 충족 필요)가 적용된다. 그간 생애최초 특별공급에서도 배제됐던 1인가구 역시 이러한 추첨 물량에 도전(단, 1인가구는 60㎡ 이하 주택만 가능)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공은 6만 4천 호, 생애최초 특공은 3만 2천 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면적 등 변수를 일단 제한다면, 산술적으로 여기에 30%가량을 추첨 물량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셈이다.
 
안모(33)씨는 "실제로 얼마나 분양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던 것보다는 낫다"며 "어차피 당장 매매시장에 나서기엔 무리고, 좀 기다려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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