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논평] 한교총의 방향 - 지형은 목사

그 해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현직 총회장들이 한교총을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하는 구조입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인류 역사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한교총 곧 '한국교회총연합'의 제5차 정기총회가 지난 12월 2일 파행적으로 정회된 후 12월 20일 속회하여 회무를 처리하고 폐회됐습니다. 한교총은 33개의 공교단이 회원으로 있는 교단 연합체로서 소속 교단의 성도 수로 보면 한국 교회의 90퍼센트를 훌쩍 넘습니다. 명실공히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지난 5차 총회에서 정관 일부가 개정되면서 한교총의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점은 지도 체제인데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첫째, 지도부에 파송 되는 자격이 33개 소속 교단의 '현직 총회장'에서 '총회장을 지낸 사람 중에서 교단이 파송하는 사람'까지 포함됐습니다. 둘째, 3인 공동대표 체제에서 1인 대표 체제로 변경됐습니다. 셋째, 대표의 임기가 단임에서 '연임할 수 없다'로 개정되었습니다. 연임할 수 없다고 바꾼 것은 연속하지만 않으면 여러 번 할 수 있는 '중임'에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변경의 방향이 퇴행입니다.

그동안 한국 교계 연합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는 '전문 정치꾼들'의 주도권 싸움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금전 문제, 교단 간의 갈등, 일반 정치권과의 연계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합니다. 개정 이전의 지도 체제가 참으로 바람직했습니다. 곧 현직 총회장들로 지도부를 구성하고 그 중 3인이 공동대표를 맡되 임기를 단임으로 하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이유를 봅시다. 각 교단에서 누가 총회장이 될지를 이삼 년 전에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공동대표가 3인이고 임기가 딱 한 번입니다. 특정인을 중심한 권력 형성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지나갑니다. 그 해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현직 총회장들이 한교총을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하는 구조입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인류 역사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한교총이 1인 대표 체제로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코로나 상황의 예배 규제와 몇 가지 법안과 관련하여 등장한 논리입니다. 일견 필요성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폐해가 너무 큽니다.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교회 역사적으로 보면 십자군의 논리입니다.

5차 총회에서 대표회장이 된 류영모 목사는 십자군의 논리가 아니라 섬김과 희생의 십자가 정신이 필요함을 밝혔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5차 지도부가 이끌어가는 일 년 동안이 한교총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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