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아닌 상어였네'…특혜 발판삼아 급성장한 핀테크

출범 이후 기존 금융사.규제리스크에 막혀 암흑기 보낸 인뱅
코로나19 사태가 기회로…비대면 금융거래 폭증하며 급성장
IPO 대박에 대주주.임직원 돈방석…단숨에 금융사 시총 1위
은산분리.특례법 등 각종 특혜 받았지만 사회적 책임엔 '무관심'
IPO 한달만에 경영진 대량 주식 매도 '시세차익이 목적' 비판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각사 홈페이지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내년도 가계부채 '빨간불'…금융불균형 심화에 실수요자 보호 이중고
②코스피 3000시대 개막…그리고 다시 박스피
③롤러코스터 탄 가상화폐…'제도권 진입' 원년
④'메기 아닌 상어였네'…특혜 발판삼아 급성장한 핀테크
(끝)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만 4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제2,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는 동시에 기존 금융사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반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혁신금융을 명분으로 각종 특혜 속에 태어난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급성장하고 있지만,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메기' 역할도 못하냐…인뱅 기나긴 암흑기


지난 2017년 4월과 7월 국내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나란히 출범했다.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단 몇 분 만에 거액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출시됐다. 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예.적금 상품을 선보이는 등 출범과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은 폭발적인 속도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비대면을 기반으로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를 기존 은행들도 곧바로 제공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초기 이벤트 기간이 끝나자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대출금리가 오히려 기존 은행보다 더 높아지며 경쟁력을 잃어 갔다.

여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대주주적격성에 발목이 잡혀 자본확충에 문제가 생기며 공격적인 영업이 힘들어진 것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약에 걸림돌이 됐다. 결국 자본확충에 실패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출범 2년여 만에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이처럼 기존 금융사의 아성과 규제 리스크가 겹치며 인터넷전문은행은 레드오션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지난 2019년 진행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 금융당국이 참여를 원했던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들이 불참하며 선정 자체가 불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사를 자극하는 '메기' 역할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코로나19가 선물한 뜻밖의 반전 '반강제' 비대면


연합뉴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진행되던 비대면 거래로의 전환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가속화됐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인식하는 MZ세대는 물론이고, 은행창구가 더 편했던 중장년층들도 반강제적인 비대면거래 확산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찾게됐다

대표적으로 1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총 고객 수는 지난 8월말 기준 1700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민 3명 중 1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셈이다. 또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400만 명을 넘어서며 금융 모바일 앱 부문에서 1위에 올라섰다. 특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가입한 전체 신규 계좌개설 고객의 약 50%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영업실적도 급성장했다. 출범 2년 만에 영업실적이 흑자로 전환된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 16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95.6% 증가했다. 지난해 10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케이뱅크도 지난해 영업을 재개한 뒤 빠르게 정상화 수순을 밟으며 올해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이고 다른 핀테크 기업들도 빠른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는 지난 3분기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3700만명을 돌파했다. MAU도 2000만명을 넘어섰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품은 토스도 지난 2분기 기준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고, MAU는 13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업공개로 단숨에 금융사 시총 1위 등극


카카오뱅크. 연합뉴스
핀테크 기업들은 IPO(기업공개)에서도 소위 '대박'을 쳤다. 지난 8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뱅크는 상장과 동시에 KB금융을 제치고 금융사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9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28.4조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현대모비스.LG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카카오뱅크 발밑에 있다.

지난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도 KB금융을 넘어서며 카카오뱅크와 금융사 시가총액 1~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토스의 가치도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내년 말쯤 상장이 예상된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시장은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에 대해 현재의 영업실적 보다는 높은 MAU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가입자들이 카카오라는 최대 플랫폼을 기반으로한 이들 금융사 앱에 머물며 단순 금융거래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며 '놀고 간다'는 점이 기존 금융사와 차별화된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영업실적에 비해 핀테크 기업들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영업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등 높은 성장성이 주가에 반영됐지만 KB금융 등 순익이 20~30배가 넘는 기존 금융지주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장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시가총액 15위인 카카오페이는 지난 3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특혜 받았지만 사회적 책임 외면하는 핀테크


연합뉴스
이제 막 금융업에 진출한 약자로서 기존 금융사들을 자극하는 '메기' 역할을 주문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기업들이 순식간에 기존 금융사의 지위를 위협하는 '상어'로 급성장 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츰 달라지고 있다.

우선, IMF 외환위기 이후 금과옥조처럼 지켜져온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원칙을 깨고 대형 플랫폼 기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을 허가해 준 것도 모자라 여러 특례법을 통과시키며 기존 금융사에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준 것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지만 혁신성이나 편익을 내세운 핀테크 기업의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카카오페이가 자사앱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금융소비자법 위반이라고 결론지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다 핀테크 업체들이 각종 특혜를 받거나 예외를 적용받고도 사회적 책임은 나몰라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들어 전체 금융사 시가총액 1위인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사회공헌에 쓴 금액은 3억원이다. KB국민은행(2024억원) 등 기존 은행이 매년 수천억원을 사회공헌에 쓰는 것과 비교하면 인색하다 못해 부끄러울 정도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이후부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용 측면의 공헌도 역시 비대면 중심의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사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기업공개를 통해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으면서 혁신금융을 명분으로 핀테크 기업에게 제공한 특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등 경영진이 상장 한달 만에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을 대량 매도해 먹튀 논란이 일며 "혁신금융의 끝이 결국 시세차익이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은 금융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인식 없이 오로지 효율성을 기반으로한 이익 실현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면서 "특혜를 기반으로 얻은 과실을 자신들의 노력에 의한 성과물로 오인하고 독점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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