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계속 추락해 오차범위 밖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밀린다는 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주 예정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만남이 갈등 해소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가운데, 선대위 인사를 미세조정해 업무를 조정하고 이 대표에게 2030 세대 공략 등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이 대표의 공간을 마련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대강 대치…"알아서 들어오라" vs "선대위 전략이나 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8일 대구·경북 일정을 시작했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여전히 투톱(윤석열·이준석)의 갈등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일단 윤 후보 측은 이 대표 달래기에 적극적이지 않다. 윤 후보는 전날 한국방송기자클럽(BJC) 초청 토론회에서 '직접 복귀를 요청할 계획은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울산회동 때는 (우리가) 좀 윤 후보를 떠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그냥 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측도 강경하다. 선대위 복귀에 선을 긋는 것과 동시에 선대위 전략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복귀는)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게 선대위인지, 이준석 대책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가지 말고 정책과 메시지에 집중해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향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대선 전략을 잘 끌고가야 하는데 현재 선대위는 콘셉트도 없고, 타깃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락하는 지지율… 김종인·이준석 회동서 답 나올까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리스크에 걸핏하면 터지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까지 겹치며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26일과 27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37.4%의 지지를 받았고, 윤 후보는 29.3%에 그치며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또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은 42.4%, 윤 후보는 34.9%로 집계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집안싸움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 김기현 원내대표다.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 원내대표는 최근 계속해 이 대표와 만나며 절충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서로 오해가 될 만한 발언을 자제하는 정도는 합의를 봤다고 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번 주 이 대표와 만나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 선대위 재합류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이 대표를 무리해서 선대위에 합류시키는 것보단 '2030 세대 공략' 등 특정 역할을 확실히 줘 이 대표의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 부재로 인한 2030 세대 이탈은 선대위의 큰 고민거리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와 화해할 것이 아니면 방향을 잘 잡거나, 2030에 소구력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표현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이 자신의 역할을 '청년 당 대표'에 한정 짓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틀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는 청년 당대표가 아니라 당대표"라며 "청년 전담 직책을 둔다는 것이 당대표 역할의 축소인가, 확대인가?"라고 반문했다. 대신 이 대표가 내세우는 건 '세대 포위론'이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2030세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 세대의 표심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반 문재인 전선만으로 선거를 이길 순 없다. 단임제 선거에선 전 정권에 대한 심판도 중요하지만, 새 정권의 비전도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 모두 현재 상황에선 선대위의 전면적인 개편이나 인사쇄신은 어렵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선대위는 업무 단위를 미세조정하는 정도로 이 대표의 개혁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주요 보직자를 선대위 비서실에 배치시키는 등 당과 선대위간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핵관' 논란을 잠재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