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8일 당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농촌진흥 문제를 단일 의정(의제)로 논의했다.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해 중요하게 취급했다"는 것이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전원회의 중 하루를 농업문제에 할애해 '중요하게 취급'한 것은 결국 식량난 해결 여부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김정은 정권의 최우선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전원회의에서 "농업부문에서 지난해의 태풍피해로 알곡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식량부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가까운 앞날에 식량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와 결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는 북한의 기상여건이 좋아 곡물생산이 469만t으로 지난해 440만t보다 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나, 여전히 한해 곡물 수요량인 550만t보다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특별명령서 발령으로 군량미를 방출함으로써 주민들의 식량부족에 대응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방역과 국경봉쇄 상황에서 흩어진 민심을 잡고 민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증산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농촌 발전에서 중대한 변혁적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인 보고를 했다"고 한다.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지향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농촌진흥의 웅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발전전략과 중심과업, 구체적인 실행방도들을 제시했으며 혁명적인 중대 조치들을 취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보고를 "현 시기 우리나라 농촌문제해결의 가장 과학적이며 혁명적인 진로를 명시한 새로운 사회주의농촌 건설강령"이라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번 보고에서 농촌진흥을 위한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단기적인 '혁명적 중대조치들'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결국 식량부족 상황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 조치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미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4년 김 위원장과 경제일꾼들과의 담화인 '5.30 조치'를 토대로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협동농장의 최종 노동단위를 3-5명으로 구성하고, 1인당 약 1정보씩 토지를 배분하여 경작하게 한 후, 생산물 중 당국이 제공한 농자재 비용과 국가 몫을 제외한 초과 생산물을 경작 농민들에게 현물로 분배하는 제도이다.
이에 김 위원장이 제시한 농촌진흥 방안이 기존의 포전담당책임제를 넘어 농민들의 농업생산 유인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국경봉쇄 속에서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개인영농제'을 지향하는 제도적 개선 조치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포전담당책임제를 더 강화해 '개인농'으로 가는 방향보다는 국가수매비율의 조정, 국가수매방식의 개선 등 보다 보수적인 개선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농촌진흥 방안으로 △ 농업부문의 새로운 전형단위, 본보기 단위를 창조하고 따라 앞서기, 경험교환 운동을 활발히 전개할 데 대하여, △ 국가적 수요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농업 근로자들의 생산 의욕을 높일 수 있게 알곡을 비롯한 농산물 수매방법을 바로 정하고 옳게 실시할 데 대하여, △ 농업부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할 데 대한 문제 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농업 무문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민생안정을 위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가 3년째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먹는 문제와 살림집 건설을 통한 주거 문제 두 가지만이라도 비전을 보여주면 민심을 잡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