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 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를 개최, 향후 5년간 적용될 원자력정책의 기존방향을 확정했다. 2022년~2026년까지 적용될 원자력진흥계획의 뼈대는 △안전과 환경 △미래시장과 수출 △융합과 혁신 △소통과 협력 등 4가지다.
이 가운데서도 주목할만한 부분은 '소통과 협력으로 정책소통을 강화해 원자력 수용성을 제고하겠다'는 것과 '방사선 융복합 신기술 개발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으로 언뜻 봐서는 현 정부 원전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보이지만 '임기말 원전정책'의 가변성이 커진 부분에 대한 고려의 흔적도 엿보인다.
국내에서는 건립중인 원전을 중단한 부분과 '원전안전 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의 원전의 역할'을 놓고 찬반논란이 존재하고 있고, 원전 선진국인 EU를 봐도 원전폐쇄 쪽에 기운 독일과 원전 이용에 방점을 둔 프랑스의 의견이 갈리는 등 안전을 위한 탈원전 논리가 일정부분 힘을 잃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 원전과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지속 증가하는 한편, 미래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각국의 혁신기술 경쟁은 심화되는 등 국내 원자력은 대내외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과기부의 상황인식도 이런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적용될 원전산업의 정책 목표로 "첨단융합기술을 활용해 향후 60여년 간 운영될 가동원전의 안전성 극대화가 명시된 건 안전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점 외에 원전이 전력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25~30%) 등 필수 전력원으로서의 원전의 역할과 필요성 등이 상정돼 있다.
원자력 주무부서인 과학기술부와 산업부에서는 원전 폐쇄나 원전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된 상황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바람직한 원자력 산업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말을 아낀다. 그도 그럴것이 워낙 탈원전 정책의 여파가 컸고 원전폐쇄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외풍을 겪은 뒤라 더욱 민감하다. 하지만, 탄소중립 과정에서 원전의 기여가 불가피하다는 점, 폐쇄에 방점이 찍힌 원전정책의 재론 가능성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 대해선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공사 재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명확히 정리된 입장은 아니지만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와 원전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날 원자력 진흥위원회에서는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현황 및 향후방향 등 3개 안건이 심의의결됐고 원전 안전 R&D에 향후 6424억원,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R&D에 43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둘러싼 원전논란 확산과 현정부 정책과 결이 다른 여야 대선주자들의 원정정책으로 말미암아 대통령선거 이후 원전정책을 둘러싼 국민적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