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과 확진자 급증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2주간(12월 18일~2022년 1월 2일) 멈춘다. 여전히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지만 지난 13일부터 모든 공연장에 방역패스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객석 100% 판매가 가능해지는 등 공연계를 둘러싼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공연 매출액은 회복세가 뚜렷하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26일 기준)에 따르면 2020년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발생한 3월 이후 월 매출액 200억원을 넘긴 달이 없었다. 1~3차 유행이 덮친 3월(92억원), 4월(47억원), 9월(70억원), 12월(40억원)은 100억원을 밑돌기도 했다.
반면 2021년은 지난 2월부터 '동반자 간 띄어 앉기'가 시행되면서 매출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월 매출액은 지난 1월 37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월 169억원으로 회복했고, 3월부터 9월까지 매달 200억원 대를 유지했다. 10월(304억원)에는 지난해 1월 매출액 405억원을 기록한 뒤 처음으로 300억원 대로 올라섰다. 11월(344억원), 12월(469억원)에도 안정적인 증가세다.
2021년 공연 매출액(2890억원) 중 각각 76.4%(2303억원)와 8.3%(249억원) 비중을 차지한 뮤지컬과 연극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1억원과 88억원 늘었다. 팬데믹이 장기화한 가운데 힘든 공연계를 지탱해준 건 보복관람과 '나홀로 마니아 관객'이다.
사회 전반에서 '나홀로'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팬데믹은 공연장의 '나홀로 관객' 증가세를 부추겼다. 인터파크 데이터에 따르면, '나홀로 관객' 비중은 2005년 11%에서 2020년 47.5%로 늘었다. 10명 중 5명인 셈이다. 특히 창작 뮤지컬과 리미티드 런(Limited Run) 연극의 '나홀로 관객' 비중이 높았다. 대부분 공연 마니아인 이들의 N차 관람(한 작품 반복관람) 덕분에 팬데믹 한복판에서 장르나 좌석 규모에 상관 없이 공연이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1년 객석 규모별 매출액(26일 기준)은 대극장(1000석 이상) 2173억원, 중극장(300~1000석) 574억원, 소극장(300석 미만) 268억원을 기록했다. 통계에서 보듯 대극장 공연과 중·소극장 공연 매출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신작도 드물었다. 대신 신작이 가뭄에 콩 나듯 한 덕분에 역설적으로 신작에 대한 관객의 호응도가 높았다.
상반기에는 뮤지컬 '위키드' '팬텀' '시카고' '드라큘라', 연극 '알앤제이' '아마데우스' 등 여러 시즌 공연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흥행이 검증된 작품에 관객이 쏠렸다. 반면 하반기에는 작품성을 갖춘 신작 뮤지컬·연극이 잇달아 국내 초연하면서 관객의 '검증된 흥행작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
올 초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창작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매 회차 매진 사례를 이뤘고 관객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지난 11월 재공연에 들어갔다. '비틀쥬스'와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홍나현은 올해 최고 신인으로 꼽힌다. 내달 열리는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라 있다.
신유청 연출의 신작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러닝타임 4시간)과 88세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가 열연한 '리어왕' 역시 전 회차가 매진됐다.2022년 공연계는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뮤지컬 '라이온 킹' '마타하리' '물랑루즈',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투' '라스트 세션' '리차드 3세' 등 기대작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