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 부부가 외손자의 입양을 허가해달라며 낸 재항고심에서, 이를 불허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친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주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 여부는 조부모의 양육 능력이나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조부모와 자녀의 나이 그리고 이들의 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지 등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같은 구체적인 심리와 비교·형량의 과정 없이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친족관계 변경으로 혼란이 초래되거나 자녀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조부모인 A씨 부부는 지난 2018년 법원에 외손자 B군의 입양을 신청했다. A씨 부부의 딸은 고등학생 때 B군을 출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이혼하고 양육에서도 손을 뗐다. 이후 A씨 부부가 B군을 도맡아 키웠다.
B군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외조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친부모로 알고 자랐다. A씨 부부는 B군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받을 충격과 학창시절 불이익 등을 우려해 B군의 입양을 결정했다. B군의 친부모도 입양에 동의했다.
하지만 1, 2심은 "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친모는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한다"며 입양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부부가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B군에게 정확히 알리는 게 이롭다"는 판단도 내렸다.
이들 반대의견 대법관은 손주의 복리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에는 마찬가지로 공감하면서도 "친부모가 생존하는 경우 조부모의 입양 허가는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