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내려 놓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조수진 단장이 "나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시만 받는다"고 언급한 것은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 지시에 불응한 것인데, 선대위 내 어느 누구도 이를 교정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대표는 "선대위 내 제 역할이 없다"며 앞으로는 당 대표로서의 업무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단장도 결국 이날 오후 8시쯤 페이스북을 통해 공보단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언급하며 사태는 일단락 됐다. 곽상도 전 의원 제명 추진 과정 등 자주 충돌했던 두 사람이 다시 감정싸움을 벌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 발언의 행간 속에는 선대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3일 '울산 회동'을 언급하며 "일군의 무리에게는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자신들이 마음대로 해도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새겨준 모양"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의 경질과 함께 선대위 개편을 요구하며 잠적했다가 윤 후보와 극적으로 회동했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김종인 위원장까지 포함된 선대위를 출범시키게 됐는데, 이 대표가 요구해왔던 슬림형 선대위로의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선대위는 지난 6일 출범 이후 보름동안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를 조직하는 것도 아닌데, 기존 당 조직을 활용하기보다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자기 사람을 꽂는데 혈안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 사이 선대위 인선이나 부인 김건희 씨 의혹 등 각종 현안 대응은 부실했고 윤 후보의 일정과 정책,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지금 선대위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이준석 대표가 칼을 뽑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출범부터 남아있던 불안요소가 실제 리스크로 다가오자 이준석 대표가 첫발을 뗀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도 이날 저녁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어쩔 수 없이 내가 욕을 먹더라도 완강하게 끌고 가려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선대위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관건은 지금까지 쇄신 요구가 있을 때 수용을 꺼려왔던 윤석열 후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하는지 여부다. 선대위 내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총괄 자격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로서 윤 후보가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경력이 짧은 윤 후보는 비대해진 정치 조직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지는지에 대한 개념이 아직은 없는 상태"라며 "김 위원장의 조력을 받든 자신의 뜻으로 정리를 하든, 선대위 문제 해결은 윤 후보의 리더십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