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회 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가 이날 오후 10시 30분 모두 끝난 가운데 최종 투표율은 30.2%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7만명 가운데 3분의1도 안되는 135만명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10명중 3명만 투표했다.
이번 투표율은 홍콩이 반환된 후 역대 최저다. 세계 각국의 투표에서도 유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조저한 투표율이다.
5년 전인 2016년 입법회 선거 당시 투표율 58.27%에 크게 못미치고, 직전 선거였던 2019년 지방선거 당시의 71.2%의 반토막도 안된다. 지난 9월 마카오 의회 선거 투표율 42%에도 크게 뒤지는 수치다.
홍콩 반환 24년 사상 최저 투표율은 홍콩인들이 투표가 무의미하다며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홍콩 투표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2년전 지방선거에 비하면 극적으로 달라진 정치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5년 전에 비해 20명 늘어난 90명의 입법위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민주진영이 불참하면서 사실상 친중파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됐다.
홍콩에서는 당초 지난해 9월에 입법회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야권은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며 과반 의석을 얻어 캐리 람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징 중앙정부와 홍콩 행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1년 이상 연기했고 범민주 진영 인사들을 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잇따라 체포했다. 민주진영 인사들은 감옥에 가거나 해외로 도피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에 따라 선거제도가 바뀌면서 범민주 진영 인사들의 출마와 당선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날 사상 유례 없는 조저한 투표율은 이런 상황을 침묵하며 지켜보던 홍콩인들이 사실상 투표를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홍콩특별행정자치정부와 베이징 중앙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할 수있다.
홍콩 당국은 투표 방해나 무효표 독려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경고하고 실제로 10여명을 체포해 이 중 2명을 기소했지만 해외에서 도피 인사 등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이어졌다.
투표에 참여했지만 백지투표를 한 유권자들도 꽤 있을 것으로 보여 입법위원 당선자들의 유효 득표율은 상당히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캐리람 홍콩행정장관은 투표가 끝난 뒤 투표에 참여한 130만 명의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번 투표가 공개적이고 공정하며 정직한 방식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명보는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낮은 투표율이 홍콩 선거제와 당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