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지난해 9월 치러져야 했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1년 3개월 미뤄졌는데 이 사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에 따라 선거제도가 대폭 바뀌면서 진정한 민주선거의 의미는 퇴색했다.
오히려 홍콩인들이 이번 선거에 대한 거부감과 무관심을 보여주는 척도를 알 수 있는 투표율과 득표율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입법위원은 90명이며 후보자 총 수는 153명이다. 경쟁률이 채 2:1이 안 된다. 이들은 모두 홍콩 당국의 사전 검증을 통과했다. 홍콩 특별정부와 베이징 중앙정부에 충성할 사람들이다.
2019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던 민주진영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잠재 후보군에 속했던 인사들이 감옥에 가 있거나 해외로 도피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보 신청을 해도 자격심사위워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보니 일찌감치 입후보를 포기했다.
따라서 이날 선출되는 위원들로 구성되는 입법회는 친중파 그들만의 리그가 될 전망이다.
'안 봐도 비디오'인 결과를 예상한 때문인지 홍콩인들과 홍콩매체들은 이번 선거에 냉담하다. 이러다보니 투표율과 득표율이 얼마나 낮은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투표율과 후보별 득표율이 낮을수록 홍콩인들이 이번 선거는 물론 선거제도를 바꿔버린 홍콩 당국과 베이징 중앙정부에 나타내는 불만과 저항이 셈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도피한 테드 후이 전 입법회 의원이 소셜 미디어에 백지투표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홍콩 내에서도 10여 명이 투표를 하지 말거나 백지 투표를 선동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2016년 입법회 선거 당시 투표율은 58.3%였고 2019년 지방선거 투표는 71.2%였지만 이번 선거 투표율은 40%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최근 조사에서는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44%였다.
홍콩보다 2년 늦게 중국에 반환된 마카오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이날 홍콩 입법회 선거 투표율을 짐작할 수 있다.
민주 진영 정치인 21명이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채 지난 9월 12일 치러진 마카오 의회 선거의 투표율은 1999년 반환 이후 최저 수준인 42%에 그쳤다. 직전인 2017년 선거 때의 투표율은 5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