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 배임 공모를 입증할 단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윗선 연결고리'로 여겨졌던 핵심 피의자의 극단 선택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쳤다. 내년부터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재판 증거능력도 제한되기 때문에, 진술 위주의 수사 기한조차 1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이달 내로 수사가 진척된 피의자들을 기소하며 '중간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난항 기류 속 내실있는 윗선 수사 결과까지 내놓을 수 있을지를 두고 물음표가 붙는다.
검찰은 민간사업자인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이 앞서 구속 기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결탁해 대장동 사업에서 맞춤형 편의를 제공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러한 유착에 성남도공의 상급 기관인 성남시도 가담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지만 의혹을 입증할 진술이나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성남시 차원에서 대장동 사업을 담당했던 시(市) 도시개발사업단 소속 전·현직 공무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영장에 적시된 뇌물 혐의 외에 성남시 고위층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황무성 성남도공 사장 사퇴 종용 의혹의 당사자로서도 수사를 받고 있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밑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을 뜻하는 말들인 "시장님 명", "정 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무성 당시 성남도공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우선 뇌물 혐의로 유한기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황 전 사장의 사퇴 배경에 성남시 고위층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는 물론, 윗선 배임 의혹을 추가 조사하려고 했지만 그의 사망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유한기 전 본부장이 숨진 날 또다른 '윗선 수사'의 길목으로 꼽히는 성남도공 전략사업실장 출신 정민용 변호사를 조사하는 한편, 주말에 성남시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갔지만 검찰의 수사는 크게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게는 약 2주 뒤 검찰 피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내년 1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됨에 따라 내년에 기소된 피고인이 피신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재판부는 기존과 달리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수사팀으로서는 사건 관계자 진술을 혐의 입증의 주요 근거로 삼아 기소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제기된 의혹이 방대하고 상당 시간이 지난 의혹을 수사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늦더라도 정확한 결론을 내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의 장례 절차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범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아직 기소하지 않은 배임 의혹의 주체 중 한 명인 정민용 변호사를 고리로 성남시 관여 여부 규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