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정책을 개발해 공약을 내세우겠다는 부서가 너무 많다"며 "각기 다른 곳에서 얘기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니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실무형 슬림 선대위'를 요구해왔던 김 위원장은 합류 이후에는 우후죽순 들어서는 선대위 안팎의 조직에 무관심으로 대응해왔지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직할 조직인 총괄상황본부가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가 같은 날 똑같은 정책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기능과 역할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와 조직총괄본부 산하의 '청년본부', '새시대준비위원회'와 '동서화합미래특별위원회' 등 조직의 크기만큼 계속 늘어가고 있다. 당장 이날 인선을 마치고 본격 활동에 돌입한 새시대준비위원회의 경우 '미래선착본부'에서 산업혁명과 가상화폐, 메타버스, 젠더이슈 등을 다룬다고 하는데, 결국 정책으로 수렴돼야 하는 활동들이다. 총괄상황본부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업무가 중복될 경우 선대위 내 경쟁, 나아가 지분 싸움 가능성만 커진다는 게 당 안팎의 우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시대위원회가 '중도 확장 정책'을 개발하는 게 주 업무면, 총괄상황본부는 '보수 정책'만 개발한다는 건가? 정책 생산 방식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괄상황본부에 '공약검증단' 같은 걸 만들어서 각 단위에서 내놓은 정책들을 한 데 모아 거르는 작업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작 필요한 건 안 만들고 계속 몸집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선대위가 이처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가용 자원을 모두 끌어들이는 상황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특수통 검사로 오랜 시간을 보낸 윤 후보의 용인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물론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불사하며 대규모 선대위를 꾸린 것은 "내 사람은 내치지 않는다"는 지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특수부는 한명 한명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일이 돌아가기 때문에 위계와 권위로 움직이는 공안부와는 달리 철저하게 '일만 잘하면 된다'며 업무 성과로 평가한다"며 "그래서 특수부 검사들은 휘하의 후배 검사들은 물론, 수사관까지 모두를 대우해주면서 챙기는 스타일이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 특유의 '보스' 스타일에 오랜 특수부 경력으로 체득한 용인술이 선대위 조직 구성과 인선 곳곳에 녹아있다는 의미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과거의 인연, 개인적 친소관계를 갖고 생각하면 안된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선대위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모여 힘을 합치는 게 맞다. 아직 자리를 잡는 상황이고, 부서들이 서로 협의하면 해결될 문제"라며 복잡한 조직과 인선 잡음이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