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비판'했다 징역형…40년 만의 재심서 무죄

김규복 목사 계엄법 위반 등 '무죄'
대전지법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저항한 행위"
김 목사 "5·18 정신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4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김규복 목사가 법정 밖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김정남 기자
대학생 시절 전두환 신군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목회자가 4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9일 김규복(69) 목사에 대한 계엄법 위반 등 재심 공판에서 김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41년 전인 1980년. 당시 대학생 김규복씨는 반정부 도심 시위 개최를 논의하는 옥내 집회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듬해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계엄법·계엄포고문 위반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

당시 '연세대 어용교수 자성을 촉구하는 선언문' 초안을 작성해 2천 부를 인쇄하고 '국민에게 드리는 글' 1만여 부를 제작했다. 연세대생 1천여 명이 서울 신촌 로터리~신촌역에서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위에 참여했고, 대학에 갓 입학한 1971년에도 군부 독재에 저항한 학생운동에 앞장서다 고초를 겪기도 했다.

당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지만, 올해 3월 사건 기록을 다시 살핀 대전지검이 재심을 청구했고 10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그 사이 김씨는 목회자가 돼 빈민과 이주노동자, 환경·평화운동에 헌신했고, 고문 후유증 등의 영향으로 다소 거동이 불편한 모습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김 목사는 지난달 25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서 "전혀 부끄럽지 않고, 그 상황에 다시 처하더라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주희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헌법의 수호자인 국민으로서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저항해 헌법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려는 형법상 정당행위를 했다"며 "당시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규복 목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5·18을 잊지 않고 5·18 정신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그동안 고생했던 수많은 동지들과 교우, 민중들이 있었기에 제 존재의 의미가 있었고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많은 이들의 고통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끝나지 않은 과거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왔다.

고 전두환 씨. 박종민 기자
김창근 대전충청5·18동지회 부회장은 "아직도 법적으로 무죄라든지 이 같은 판단을 받지 못하고 죽거나 다치고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전두환 군사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징역형을 받았던 20살 청년이, 환갑을 넘겨 진행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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