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과 베이징 올림픽 간의 직접 관계는 없다"며 분리론을 펼쳤다.
이어 "우리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의 계기가 바란다는 입장을 계속 가져오고 있다"면서 "종전선언을 조속히 추진해 당사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하고도 있다"고 각각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전선언과 관련해 특정 시기나 계기를 두고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각국 정상들이 만나는 '이벤트'가 없어도 종전선언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처럼 정부는 다른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정상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며 합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관급에서 실무적으로 문서에 사인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굳이 정상들이 만나거나 접촉하는 기회가 없더라도, 각국의 외교·국방 대표자들이 합의된 문서에 사인한다면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먼저 합의를 받아낸 뒤에 마지막에 북한과는 화상 회의를 하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이는 종전선언이 정상간 '세레모니'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문서 서명'에 방점이 찍혀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미국, 중국과 최종 조율한 뒤에 최종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先) 한미중 합의'-'후(後) 북한 합의'의 순서이다. 최근 한 언론에서 청와대가 북한에 종전선언과 관련한 친서 전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한미 간에 주축이 돼서 (종전선언의) 문안이나 시기, 참석자 등을 여러가지로 조율하고 있다"며 "북한 측이 어떻게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저희로서는 방향 등을 예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정상 차원에서 2007년 10.4 선언이나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한 바 있어 북한 측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말 문재인 정부의 계속되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외교적으로 넘어야할 산은 많다.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기화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과, 미국 의회 내에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임기 내 종전선언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럼에도 물밑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에 정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변수와는 별개로 종전선언은 계속 추진되고 있고, 한미 간에는 90% 가량 진행이 된 것으로 안다"며 "최종 문안을 완성하고 북한의 합의를 이끌기까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