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향후 발표하는 공약을 온라인 플랫폼 '나무위키'를 통해 전달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나무위키는 누구나 편집이 가능해 사고가 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국민의힘 측은 "언제든지 사실관계를 대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발표하는 정책들을 '나무위키'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앞으로 국민의힘 정책 공약은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며 "모든 정책과 공약은 나무위키를 통해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젊은 세대가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당장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장기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 해결책을 담겠다"고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당연히 정책은 많은 국민이 열람할 수 있는 공간에 올려야 하고 나무위키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좋은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나무위키는 접근성이 좋아서 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공약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나무위키에 공약을 올리면 눈으로 공약을 직접 봐서 좋을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 또한 쏟아지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한 누리꾼은 "편집권을 허용한 상태에서 공약을 올리면 분명히 사고가 터진다"며 "누군가 (공약을) 수정했다는 변명을 몇 번이나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국민의힘이 신세대를 겨냥한 공약을 노린 것 같은데 대선 공약을 나무위키에?"라며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교 과제로도 나무위키 긁어오면 교수님한테 혼난다", "나무위키가 비단주머니였냐", "장난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나무위키는 누구나 문서 편집이 가능하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도 "나무위키를 다른 부적절한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훼손하는 사람들 역시 분명 존재한다"고 소개한다.
또 "나무위키는 백과사전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적이거나, 잘못된 서술이 있을 수 있다", "여러분이 직접 문서를 고칠 수 있다", "편집하는 데 있어 특별한 자격 증명을 두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나무위키의 문서를 편집할 수 있다"는 등의 경고 메시지도 공지해뒀다.
이같은 지적에 원 본부장은 "(선대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집단지성과 협업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며 "정책 원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실관계를 대조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 역시 "작성 및 수정 과정은 협업 도구를 사용하고 최종 퍼블리싱 대상 중 하나로 나무위키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언어판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 설립자 지미 웨일스는 지난 1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무위키에 대해 "그런 사이트들은 그냥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나무위키처럼 주관이 섞인 인터넷 백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나무위키를 들어봤다. 한국어를 몰라서 읽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런 사이트들은 그냥 우스갯소리(joke)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