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현장추모제가 시작되기 전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김용균 노동자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된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고인의 3주기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3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책임자 처벌과 법적 보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의 죽음 이후 정부는 산재 사망 노동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도 설비가 계속 가동되는 현장은 여전하고 많은 김용균들이 '김용균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 역시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책임자들은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참석자들은 가슴을 쳤다.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본부장은 "용균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자들은 '당시 현장은 안전했다', '용균이가 왜 거기 들어가서 죽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재판정에서 주장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올해 초 시작된 김용균 재판이 9차례 진행됐고 오는 21일에도 공판이 열린다"며 "제발 재판장은 정의를 살리는 초심을 살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기본에 충실해 달라"고 호소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 근로기준법, 산재 사망자의 80%에 해당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거나 제외된 현실도 나왔다.
추모제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3년 동안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는 말씀 정말 면목 없고 죄송스럽다"며 "김용균이 살아 움직이는 대선을 만들겠다. 용두사미 됐던 중대재해처벌법, 제대로 살아 우리 노동자들 생명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추모제 참석자들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산재사망은 기업의 범죄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했다.
작업복 차림에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어깨에 배낭을 멘 김용균 노동자의 추모 조형물이 이들을 말없이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