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0월 26일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이유인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더 나아갔다. 방어권 보장 필요까지 언급하며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의 사유,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기각'을 한 점을 고려해볼 때, 공수처가 영장에서 구체화했던 내용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 등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장 재청구 사유로 거론됐던 다른 검찰 관계자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근거로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의 고발 사주 수사는 법원으로부터 세 번이나 제동이 걸리면서 나아갈 동력을 크게 잃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손 검사가 대검의 '윗선'과 공모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야당에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게 골자다. 여기서 핵심 인물이 손 검사다.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고리로 대검 간부들이 고발 사주에 관여했는지를 밝혀내려고 했지만, 그 첫 고리부터 풀어내지 못한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일 기소를 하더라도 증거 인멸 혹은 도주로 정의의 공백이 발생할 때 하는 게 일반적인데, 공수처 영장 청구는 이와 다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손 검사는 이날 새벽 영장 기각 뒤 서울구치소에서 나서며 "거듭된 공수처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미 영장 청구를 남발해 비판을 받아온 탓에 손 검사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파악한 내용을 바탕을 손 검사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손 검사의 혐의조차 밝히지 못해 윤 후보까지 수사가 뻗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고발 사주 수사가 세 달이나 진행되면서 공수처는 대외적인 신뢰와 권위를 잃었다"면서 "기소는 하겠지만, 이 상태에서 공소 유지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공수처의 신뢰를 무너뜨려 공수처의 수사가 필요없다는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공수처 인적 구성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