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남자 복식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최초의 역사가 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우진(국군체육부대)-임종훈(KGC인삼공사)이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에서 한국 대표팀에 유일한 메달을 안겼다. 남녀 복식 사상 최초의 은메달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냈다.
둘은 30일(한국 시각) 미국 휴스턴 조지 R.브라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복식 결승에서 마티아스 팔크-크리스티안 카를손에 1 대 3(8-11 13-15 13-11 10-12)으로 졌다. 2~4세트 연속 듀스까지 갈 만큼 접전 끝에 석패했다.
사상 첫 한국 남자 복식 금메달은 무산됐다. 그러나 장우진, 임종훈은 역시 최초의 은메달을 따냈다. 남자 복식은 세계선수권에서 1987년 뉴델리 대회의 안재형-유남규(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를 시작으로 2017년 뒤셀도르프 대회 이상수(삼성생명)-정영식(미래에셋증권)까지 동메달만 8개였다.
금메달은 세 차례 있었다. 혼합 복식에서 유남규-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가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 때 한국 탁구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1993년 구텐베르크 대회 여자 단식에서 현 감독이 다시 금빛 낭보를 전했다. 2015년 쑤저우 대회에서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이 혼합 복식에서 쉬신(중국)과 우승을 한중 합작한 바 있다.
장우진, 임종훈도 한국 탁구의 네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복병을 넘지 못했다.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4위인 둘은 31위인 상대에 고전했다. 모두 장신인 팔크와 카를손은 장우진, 임종훈의 날카로운 구석 공격을 막아냈다. 4강전 세계 2위 린가오위안-량징쿤 등 중국 강호들을 꺾고 결승에 올라온 게 우연이 아니었다.
특히 191cm, 탁구 선수로는 거구인 팔크는 2019년 부다페스트 대회 때 4강전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안재현(삼성생명)을 꺾으며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팔크는 한국 선수들의 길을 막아선 것이다.
첫 세트를 뺏긴 장우진, 임종훈은 2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내준 게 뼈아팠다. 3세트를 역시 듀스 끝에 따내긴 했지만 듀스로 이어진 4세트를 내줬다.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하고도 뒷심 부족으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다만 장우진, 임종훈은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희망을 발견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에 유일한 메달을 안기면서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장우진과 임종훈은 국제탁구연맹(ITTF)과 인터뷰에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이라는 무대를 밟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세계 챔피언에 오른 스웨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우승을 축하했다.
한국 탁구는 장우진, 임종훈 외 여자 단식 서효원(한국마사회)이 8강에 오른 성과를 냈다. 34살 노장인 서효원은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음에도 상위 랭커들을 잇따라 꺾고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차세대 에이스 신유빈(대한항공)이 오른 손목 피로 골절 재발로 조기 기권한 변수에도 나름 결실을 얻었다. 한국 탁구는 다음 달 17일부터 내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