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스마트워치의 한계점은 '위치값 오류'였다.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피해자는 범행 당일인 지난 19일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두 차례 긴급호출했으나 위치값 오류로 경찰은 범행 현장이 아닌 엉뚱한 장소로 출동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첫 신고 이후 12분이 지나서야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김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도주했다.
당시 피해자는 살해되기 전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긴급호출했지만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450m쯤 떨어진 곳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엉뚱한 곳에 도착한 사이 피해자는 전 동거남에게 살해당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위치값 반경이 500m 이상 차이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4년 전 이미 스마트워치 위치값 오류라는 문제로 살인 사건을 막지 못했는데도 지금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변보호 건수와 스마트워치 수요에 비해 담당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신변보호조치 건수는 1만9206건이다. 2017년에는 6889건, 2018년 9442건, 2019년 1만3686건, 2020년 1만4773건으로 매년 증가세가 뚜렷하다.
반면 스토킹 전담 경찰관은 스토킹 범죄 발생 상위 64개 관서에 각 1명씩 배치됐을 뿐이다. 일선 경찰서 한 여성청소년수사과 수사관은 "수사관들이 모든 신변보호 대상자를 전담 마크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신변보호 건수에 비해 스마트워치 보급률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신변보호자 가운데 스마트워치 지원율은 43% 수준이다. 2020년 46%, 2019년 51.6%, 2018년 55.5%, 2017년 65.8%, 2016년 67.2%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스마트워치 보급양도 늘고 있지만 급속도로 증가하는 신변보호 건수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스토킹 범죄 대응 및 위치추적 시스템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스토킹 전담 경찰 인력과 관련 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또 스마트워치 위치값 오류에 대한 대책으로 긴급호출이 접수되면 신고 위치뿐 아니라 대상자 주거지와 직장에도 동시 출동하도록 매뉴얼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은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어길시 반드시 입건해 과태료와 형벌이 부과되도록 하고,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경우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2017년에 이미 피해자 위치를 확인하지 못해서 사망한 사건을 경험했다면 경찰은 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똑같은 스마트워치를 사용해왔는지에 대해 해답을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대책에 대해 "스마트워치 위치값에 대해서는 군에서 사용하는 더욱 정밀한 위치값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