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의 광풍이 한국을 휩쓸고 지나간 지 20여 일이 지나고 있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수지타산이 안 맞아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수입에 의존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특히 특정 국가 의존도가 50%가 넘는 품목이 4100여개이고 이중 중국 의존도가 50% 이상인 게 2천개 이상이나 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급한 불을 끈 만큼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우리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에 나와 있는 우리 대사관과 관계 기관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
누구를 탓하자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일이나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반성적 평가의 토대 위해서 유비무환의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9일 열린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의 특파원 간담회는 그래서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장 대사가 길게 얘기했지만 핵심은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워낙 많아서 새로운 규제 조치가 나왔을 때 그 개별 품목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에 상하이에 있는 한 기업으로부터 심상치 않다는 제보를 받고 바로 대응에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중국의 수출 절차 강화로 2주 정도 지연되는 것으로 생각했고 수출 금지로 바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대처 과정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요소수 사태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겠지만 요소 수출 금지로 이어지는 상황을 사전에 알기는 어려웠다면서 시스템에 의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특정 민감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물건들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지 여부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부가 어떤 시스템을 내놓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요소수를 찾아 헤매던 화물차 기사들이나 코로나19도 벅찬 데 물류대란도 겪어야 하는 거냐며 걱정이 많았던 국민들이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 측은 지난달 11일에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 방식을 변경한다고 공고까지 했고 4일 뒤인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았을 때는 그게 국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하는 것은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실장도 국회에 나와 요소수 사태에 대해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밝혔고 총리도 공개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대중국 업무의 최일선에 있는 주중 대사의 사태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구체적일 필요가 있어 보였지만 '안타깝다'는 정도였다.
장 대사는 계속되는 질문과 답변의 말미에 결코 변명이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사전에 인지하게 못하게 된 데 대해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죄송하다고 할 것을 처음부터 통크게 사과한 뒤 저간의 사정이나 어려움 등을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어 하나, 말 한마디가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