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의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는 24일 '어선원 안전·보건 보장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선언했다.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망망대해에서 일해 외부 감시를 받지 못하는 어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대표적인 노동권 사각지대로 꼽힌다.
산업재해율만 살펴봐도 대표적인 위험 업종인 건설업(1.17%), 제조업(0.72%)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7.62%에 달할 정도다.
또 경사노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9~2018년) 매년 140명씩, 총 1392명의 어선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고·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마저도 전체 어업인 중 50%에 달하는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 미가입자를 제외한 결과여서 실제 연간 사망자는 200~3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적인 정부의 산재 통계에 포함도 되지 않는다. 비단 어선 노동자 뿐 아니라 공무원, 군인 등 산재보상보험법이 아닌 별도 법으로 재해보상을 받는 경우 정부의 산재 통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어선안전조업법'을 개정해 이원화됐던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일원화해서, 모든 어선을 해양수산부가 관할하도록 했다.
그동안 상선이나 20톤 이상 어선은 해양수산부가 선원법으로, 20톤 미만은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관리한 바람에 산업안전 체계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사정이 함께 어선 노동자의 선내 사고 예방 및 안전‧보건을 위해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을 추진하되, 개정안에 어선소유자의 안전‧보건 조치 준수 의무와 함께 정부의 의무와 관리감독권한 및 어선안전감독관에 관한 사항 등을 담기로 했다.
난제로 꼽혔던 어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어업은 한 번 바다로 나가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장시간 일하는 업무 형태의 특이성 탓에 선원법·근로기준법에 있는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 규정이 일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조업에 무방비로 노출돼 산업재해 증가와 삶의 질 저하를 부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노사정은 선원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20톤 미만 어선 노동자의 근로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선원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해양수산부 내 노사정 협의회(고용노동부 참여)를 두고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어선원 및 어선 재해심사제도 개선, 휴어기 등에 따른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일자리 개선 및 복지 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서도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어선원위 전영우 위원장은 "오늘 합의는 연간 100여 명씩 사망하는 '어선안전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어업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