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청 소속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인 A씨는 올해 '돌봄SOS'로 보살폈던 B씨(65)가 아직도 걱정이다.
B씨가 다른 구로 이사를 가면서 본인의 돌봄은 끝났지만 만성질환에 알콜성 치매까지 의심되는 독거어르신이 예전처럼 밥 먹듯이 식사를 거르고 술에 취해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B씨는 수년 전 이혼한 상태로 자식이 없는데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만한 가족이나 지인도 없었다.
당뇨와 고혈압에도 불구하고 악취가 배어있는 작은 월세방에서 술병을 끼고 살았고 만취가 되면 여러 소란을 부려 이웃들의 민원을 사곤했다.
사회복지관의 생활지도사 방문과 병원동행, 무료급식 연계, 돌봄SOS센터의 요양보호사 방문 재가서비스 등이 이어졌고 장기적인 관리를 위해 동주민센터의 협조로 노인장기요양등급이 신청됐다.
A씨는 "가족도 없으시고 외로우신 독거노인분들이 많아요. 돌봄SOS 사업 성격상 장기간 도와드리진 못하지만 다른 혜택이나 서비스를 받기 전까지 긴급하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돌봄SOS 사업은 2014년 발생한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주요한 배경이 됐다.
당시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 세들어 살던 모녀가 사회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채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다.
세 모녀는 집세와 공과금인 70만 원이 든 봉투와 유서를 남겼는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집 주인에게 쓴 내용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한민국 사회복지제도의 허점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비극이라는 논란에 불을 지폈고 법적 부양가족이 있으면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부양의무제가 결국 폐지되는 단초가 됐다.
'돌봄SOS센터'라는 이름으로 성동과 노원, 은평, 마포, 강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로 확대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5만여명, 올해 10월까지 8만여명의 시민들이 힘들고 외로울 때 크고 작은 위로와 보살핌을 받았다.
최근 '박원순 지우기'라는 논란이 있을 정도로 전임 시장때 추진됐던 사업들에 대한 재평가와 감사, 예산 삭감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박 전 시장때 시작된 돌봄 사업의 경우 오세훈 시장도 최근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어 사회복지의 빈틈을 긴요하게 메우는 시스템으로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돌봄SOS센터'는 현재 주민복지 최일선에 있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내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직과 간호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전담인력 '돌봄매니저'가 배치돼 필요한 서비스 지원·연계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두 이뤄진다.
어르신과 장애인, 치매환자 같이 돌봄욕구가 있는 주민 누구나 전화나 방문 등을 통해 신청하면 '돌봄매니저'가 72시간 내로 직접 찾아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개인별로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케어플랜을 수립해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로 연계해준다.
서비스 이용 후에도 돌봄매니저가 만족도 조사와 사후점검을 통해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고령이나 장애 때문에 혼자 병원을 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병원동행방문 서비스도 제공하며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과 연계해 차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정수용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현대 사회의 돌봄은 개인과 가족이 짊어지고 가야 할 부담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과제"라며 "돌봄SOS센터가 돌봄의 손길이 절실한 시민들의 안녕을 꾸준히 지켜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