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는 브리핑을 열고 이른바 '생수병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그간 피의자가 사망했지만 공범 유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강씨가 단독으로 직원 3명을 특정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휴대폰, 태블릿 등 통신 내용이나 주변인을 수사했을 때 공범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전혀 없었다"며 "불특정 다수를 향한 건 아니었고, 정확히 세 사람을 특정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강씨는 같은 팀 상급 직원들에게 인사 및 업무에 대한 불만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회사에서 업무 역량에 대한 지적을 받고 최근 자신의 지방 발령 가능성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무실에서는 강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짜증난다' '제거해버려야겠다' 등이 쓰인 메모가 발견됐다.
강씨는 피해자 3명의 음료에 독극물을 타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았다. 팀장 A씨와 대리 B씨는 지난달 18일 사무실에서 300mL짜리 생수를 마신 뒤 쓰러졌는데,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6일 뒤 끝내 숨졌다. C씨는 해당 사건 발생 보름 전 혼자 근무하다 탄산음료를 마시고 쓰러졌다.
경찰 관계자는 "(10월 18일 쓰러진) 두 사람은 인사 불만이라고 하는데 C씨는 친한 관계임에도 나서서 막아주지 않았던 데 불만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B씨의 경우 나이가 같은데 일을 많이 시키고 부려먹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증거물로 수집한 생수병에서도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은 데 대해선 "사건 발생 8시간 후에 (생수병이) 수거돼 '증거의 동일성'이 확보되지 않아 그게 과연 피해자가 마신 생수병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거물이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9월 초 휴대폰으로 독극물과 관련한 검색을 했고, 이어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 사이트에서 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던 업체 명의를 도용해 독극물을 구매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절차상 하자가 있던 건 맞는데 처벌 규정이 없다"며 "이런 문제점에 대해 사건 종결 후 관계 부처에 공문을 보내 조치를 취하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