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동무] IN 코너 : 작은 거인 ① '엄마의 전공은 내아이' 김미라 작가 |
① "학교 같은 집은 있다" 보통 아줌마의 홈스쿨링 도전기 |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온전히 아이들과 보내고, 새벽이면 자기개발에 충실한 엄마. 김미라 작가의 얘기다.
김 작가는 첫째 아이가 다섯 살에 유치원을 거부하면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보통 엄마인 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너무 힘들 것 같은데··' 라는 걱정이었다. 아이가 바르게 크지 못했을 때 감당해야 할 비난과 비판까지 두려웠다.
홈스쿨링을 하고 있던 지인에게 묻고, 서적과 인터넷에서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보면서 홈스쿨링의 장점을 파악했다. 내 아이의 흥미를 파악하는데 최고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김 작가는 "유치원에서는 하루종일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없지만 홈스쿨링은 아이의 세세한 것까지 파악하는 귀한 시간이다"며 "내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눈여겨보고, 함께 찾아가는 작업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집 같은 학교는 없어도 학교 같은 집은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엄마 유치원의 모토는 '커리큘럼에 집착하지 말고 사랑으로 채우자'.
그는 최대한 아이의 생체리듬에 맞춘 시간표를 짜고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을 지 등을 고민했다.
잠 때문에 유치원 지각이 잦았던 아이를 위해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잘 수 있게 했고 먹고 싶은 날은 충분히 먹도록 했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화관으로 떠나 해가 질 때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타이트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루틴은 정했다. 다음에 아이가 뭘 할지가 머릿 속에 들어 올 수 있도록.
김 작가는 "물 흐르듯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산책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다"며 "오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DVD를 보고 미술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습에 대한 강요는 안하고 싶었기 때문에 꽃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이는 나비를 관찰한다면 내버려 두는 식으로 아이의 흥미를 발견하기 위해 아이에게 안테나를 늘 켜놨다"고 덧붙였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게 김 작가의 지론이다.
한번은 아이와 소꿉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맨날 청소하고, 빨래하고, 우리 돌보느라 바빠요."
그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살림도 중요했지만 아이에게 맨날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 하는 엄마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은 않았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삶을 돌보는 엄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육아로 지친 엄마들과 함께 SNS상에서 '하루 7분 오일파스텔' 이란 모임도 리드했다. 매주 토요일은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혼자만의 시간도 가졌다. 오전이라도 그림 도구를 챙겨 집 앞 커피숍으로 가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김 작가는 "엄마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엄마인 자신부터 잘 돌봐야 한다는 잠을 쪼개가며 좋아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며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6월에는 이런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엄마의 전공은 내 아이'가 그것.
책에는 김 작가가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이 구슬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노하우도 한 가득이다.
책 쓰는 일이 인생 목표 중 하나였던 김 작가는 '내 이야기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나보다 더 잘하는 이들도 많을 텐데' 등 고민도 됐지만 홈스쿨링이 하고 싶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어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며 용기를 내었다.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 자녀 교육이 고민인 분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루종일 홈스쿨링을 하면서 책 쓸 시간은 있었을까. 아침부터 밤까지는 온전히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새벽 4~5시쯤 눈을 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 동안 마음속 정리되지 않았던 것들을 글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치유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책은 6개월 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아이가 없었다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책 쓰는 일'도 못 했을 거라는 김 작가는 "자판을 두드리며 작가의 꿈을 꾸고 나를 위해 새벽을 깨우는 시간은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하는 든든한 버티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스쿨링은 부족한 나를 돌아보게 했다"며 "말은 거창하지만 집에서 지혜롭게 아이를 더 알아가고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