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한 지붕아래 치킨집만 세 곳…거리제한도 '무용지물' ②지원 말만 믿고 너도나도 푸드트럭…"지금은 떠돌이 신세" ③"대박날 것 같아서"…유행 따라 '창업', 유행 따라 '폐업' ④'자유 제한' vs '민생 정책'…음식점 총량제 논란 ⑤'자영업 공화국' 대한민국…'개미지옥' 탈출 가능할까 |
OECD 6번째…빚 늘고, 저소득층 비율↑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높다. 특히 경제 수준이 높은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 편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지난해 기준 프랑스는 12.4%였으며, 일본 10%, 캐나다 9.6%, 미국 6.3%로 대부분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경쟁도 심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246만이 총 832조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지난해보다 빚을 진 자영업자가 50만명 늘고, 부채는 132조원 증가했다.
또 코로나 이후에는 자영업자 가구 중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5.9%에서 28.4%로 늘었을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창업까지 한 달이면 OK…손 쉬운 창업 문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다 폐업한 양모(48)씨는 "창업 당시 교육이라고는 본사에서 받은 10일 간의 교육이 전부였다"며 "닭을 얼마나 팔아야 손익분기점이 되는지, 비용은 어떻게 아낄 수 있는지 등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은 하나도 모르고 문을 열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하려면 △위생교육필증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 완성 검사 필증 △소방·방화 시설 완비 증명서 △점포 임대 계약서 △건강진단증명서(보건증) 등 준비해 관할 지자체에 영업신고를 하면 된다.
서류 준비부터 영업신고 이후 실사 기간까지 합치면 허가를 받는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창업 교육을 하고 있지만, 자금 지원을 전재로 한 교육일 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며 "자금 지원은 창업을 더욱 쉽게 할 뿐, 자영업자들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정유신 교수도 "할 게 없어서 자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전문가로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게끔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소상공인 전문 플랫폼 등을 키워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세우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량제, 창업자‧예비창업자간 갈등 야기" 우려
미국의 경우 식당 구조, 식기류·조리도구 인증 여부, 식재료 구매처, 소방·안전 준수 사항 등 다양한 조건을 지켜야만 음식업 허가를 내준다. 일부 지역은 컨설팅까지 필수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허가가 나는데 1~2년이 걸린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이들은 새로운 면허를 발급받는 것이 아니라 기존 면허를 양도받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 비율이 5~6%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유다.
호주의 경우 핵심 상권에 점포를 열려면 공무원이 몇 달간 상권을 조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유사 업종 운영자와의 면담을 통해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따져 허가를 내준다. 자영업자 비율은 9.7% 수준이다.
이처럼 업계와 전문가들도 과당경쟁의 해결책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언급한 '음식점 총량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는 강모(38)씨는 "정부에서 음식점 수를 제한하면 창업 이후의 경쟁 대신 창업을 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택시 총량제를 실시했을 때 면허값이 폭등했던 것처럼 임대료나 권리금이 올라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세종대 이성훈 교수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음식점 수를 정해 제한한다면 자영업자 또는 예비창업자 사이에서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경제를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자영업자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