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한 기간 반도체 공급망 등 양국 간 경제·통상 현안을 비롯해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디지털 무역협정 등 다양한 의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8일 서울을 방문한다.
미국 통상장관이 공식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타이 대표는 15일 일본을 먼저 방문하며 18일부터 우리나라에 머물렀다가 22일 인도로 향한다.
타이 대표는 방한 기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인사들과 두루 만나 통상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미 경제·통상 현안으로는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관련 인센티브 △미 정부의 반도체 회사 공급망 자료 조사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기술·디지털 통상 협력 △기후위기 대응 협력 등이 있다.
한미는 앞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이슈와 관련, 반도체 기술과 투자 우선순위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공급망 배치 노력을 조율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협력의 일환으로 그간 국장급에서 진행돼온 교류 채널인 '한미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포함해 확대하고 반도체 국장급 대화채널인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 1차 회의를 다음 달 8일 열기로 했다.
정부는 타이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와 같은 반도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파트너십 대화 회의의 세부 의제 등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업들의 자료 제출과 관련해선 영업비밀 보안 등을 철저히 지키고 추가 조치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동일한 인센티브를 받도록 해달라고 재차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총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이후 미국 내 인센티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차별 없는 지원을 보장해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정부는 미국의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철강 232조 협상이 타결된 만큼 한국산 철강에 대한 할당량(쿼터) 확대 및 운영의 신축성을 검토해달라고 미 측에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미 당국은 실무 협의 등을 통해 개선 논의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양측 간 실무 협의는 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과 철강 232조 관련 협의를 먼저 시작했다. 양국 간 협상 결과가 한국산 철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 정부는 본격적인 협의에 조속히 나서야 하는 다급한 처지가 됐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견제를 외교·경제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타이 대표의 이번 한국·일본·인도 방문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는 인도·태평양 디지털 무역협정 관련 성과물을 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최근 보도에서 미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역내 디지털 무역협정 추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해당 국가들과 관련 협의를 진전시켜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과 전략적 동맹 측면에서 한국·일본·인도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타이 대표의 이번 방한에선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교수는 "특히 인도·태평양 역내 디지털 무역협정은 정치적으로나 산업계 지지 확보 측면에서나 FTA 체결보다 수월해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밀어붙이는 의제인 만큼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