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참에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입 품목, 특히 전략 품목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경제안보법(가칭)' 제정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가 1개월간 사용하는 요소수는 2만 4천~2만 7천t 수준이다. 요소수의 요소 함량이 약 30%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1만 8700t은 요소수 5만 6100t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정부는 아울러 현장점검을 통해 파악한 국내 보유 물량 1561만 리터(ℓ) 가운데 530만ℓ는 오는 12일부터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베트남 요소 물량(5600t), 호주산 요소수 수입 물량(2만 7천ℓ), 군부대 예비분(20만ℓ) 등을 더하면 차량용 요소수 석 달치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은 최근 자국 내 석탄·전력난으로 요소 물량이 부족해지자 사실상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우리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11일 그간 별도 검역·검사 없이 수출하던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공고한 뒤 15일부터 이를 적용했다.
우리 정부는 애초 중국산 요소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물류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일에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국내 요소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주요 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다만 유 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있어 전화위복이 됐던 것처럼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왜 자화자찬을 하느냐'고 지적하자 유 실장은 "자화자찬이 아니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전문가인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강제징용 문제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를 무기화했던 것"이라며 "이번 중국발 요소수 사태도 중국과 호주의 정치적 싸움에서 우리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공급망의 불안전성 측면으로는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처를 잘 했다고 평가를 받는 부분은 불화수소 등 일본에 의존하던 품목의 국산화였다"면서 "요소의 경우에도 국내 공급 능력을 강화하고, 조달선을 다양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술로 대체 가능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수입한 1만 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은 3분의 1 가량인 3941개에 달한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마그네슘잉곳(100%), 산화텅스텐(94.7%) 등 1850개라고 한다.
이번에 '대란'으로 번진 요소수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사실상 마비시킬 수 있는 품목이 수천개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참에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입 품목을 비롯해 전략 품목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각자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고, 2년 전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방 전체가 우리한테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국가대항전에서 우리가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부처별로 흩어진 대응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