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한 지붕아래 치킨집만 세 곳…거리제한도 '무용지물' ②"지원 믿고" 푸드트럭…'떠돌이' 불법노점 전락 (계속) |
이 과정을 지켜본 인근 상인은 "줄을 서서 먹던 곳인데 몇 년 전부터 하나둘 안 보이더니 지금은 아예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 많던 푸드트럭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부 지원 부푼 꿈 안고 창업…과당경쟁 속 매출 감소
7년 전 최모씨(43·수원)는 호프집을 접고, 푸드트럭에 뛰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청년창업 기회 확대 차원에서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책도 쏟아냈다.
최씨도 영업방법을 알려주고 마케팅 홍보까지 지원해준다는 정부 지원책에 자신감을 안고 시작했다.
호프집을 열 때는 인테리어나 보증금 등으로 꽤 큰돈이 들어갔지만, 푸드트럭은 중고차량 구입비와 구조변경 비용을 포함해 1500만 원 정도면 창업이 가능했다.
메뉴는 추로스를 선택했다.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디저트라 이곳저곳을 다니며 팔기에 좋을 것 같았다. 조리법도 비교적 간단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손님이 찾아와주기를 마냥 기다려야 하는 호프집과는 달리 손님을 찾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손님을 찾아다닐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이었다. 공원이나 유원지, 경기장, 행사장 등이 아니면 대부분 영업 허용이 안 됐다.
특히 장터나 행사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항상 푸드트럭들이 몰려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그는 "겨우 1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점해도 또다시 영업전쟁을 치러야 했다"며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핫도그나 도너츠 트럭에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면 덤을 주거나 값을 깎아줘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남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또 공공행사가 아닌 민간행사나 아파트 단지 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입점비도 부담이 됐다. 많게는 매출액의 20~30%까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소개업자에게 수수료마저 떼이고 나면, 150만 원도 손에 못 쥐는 달이 태반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와 사람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해가 지날수록 지원정책은 하나둘 사라졌고, 지원금도 줄어들었다. 결국 최씨는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행사마저 끊기면서 지난해 푸드트럭을 팔고 배달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
최씨는 "초기 창업비용은 많지 않았지만 매출을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매달 벌이가 200만 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한정된 허가구역…'불법 노점' 전락
처음 김씨도 불법 노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터무니없게도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그의 '나이'였다. 행사장에 입점 신청을 하면 '젊은' 푸드트럭들에 밀렸다.
김씨는 "처음에는 왜 나만 안 되는지조차 몰랐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행사장에 나이 많은 사장이 운영하는 푸드트럭은 반기질 않았다. 애초에 청년들을 위한 시장이었다"고 허탈해 했다.
이 때부터 김씨는 '눈치'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식당들과 손님을 빼간다는 이유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예삿일이 됐고, 불법영업으로 신고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씨는 "푸드트럭을 시작할 때 어느 누구도 이런 문제들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장사만 잘 하면 노후 걱정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영업구역 제한, 지원 흐지부지…'동력 잃은 푸드트럭'
규제혁신, 일자리 6천개 창출을 목표로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느 음식점들과 마찬가지로 과당 경쟁과 제도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푸드트럭 업계와 정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일환으로 제도화된 푸드트럭은 초기 3년간 활성화 됐다가 이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푸드트럭은 소자본 창업과 이동영업이 가능한 데다, 경영컨설팅과 마케팅 등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책이 더해져 포화 상태였던 요식업 창업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치열한 입점경쟁과 수수료 부담 등은 여느 식당과 다를 게 없었다. 과도한 영업경쟁과 임대료 부담 등 기존 요식업계의 경영난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특히 영업 허가구역과 시기가 제한적이어서 일정 수익 확보가 어려워 푸드트럭들은 장사를 포기하거나 불법 노점 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푸드트럭 창업자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푸드트럭 거래도 줄어들었다.
한 온라인 중고 푸드트럭 판매상 관계자는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직후 제작, 개조가 막 이뤄지다가 점차 영업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중고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새로 영업신고나 차량 제작하는 수요는 줄어 중고가격은 잘 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드트럭 업종에 대한 지원규모도 갈수록 미미해졌다. 푸드트럭 창업이 집중됐던 경기도의 경우 2016년 5억 원이었던 지원금은 2017년 3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1억 원과 9천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푸드트럭 사업을 총괄하던 청년위원회가 해체되면서 컨트롤타워가 없어졌다"며 "그나마 소상공인 정책들은 있지만 푸드트럭 만을 위한 지원 명목은 따로 없고 지자체별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높일 영업구역 설정, 장기적 지원도"
전문가들은 푸드트럭 업종에 대한 장기적 지원책과 업종 특성에 맞는 세분화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푸드트럭 업계 관계자는 "입점비는 임대료나 마찬가진데 입점 경쟁으로 웃돈까지 더해져 푸드트럭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천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이종필 교수(제이슨)는 "역세권 파킹존을 만드는 등 현실적으로 장사 되는 곳에 입지를 마련해야 된다"며 "업종 중복을 피할 세밀한 기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