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관련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 주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나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전환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산업용 요소나 요소수에서 전환된 차량용 요소수가 대기환경 및 국민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를 거쳐 11월 셋째 주 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요소수는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차량용 외 발전소나 소각장, 석유화학이나 시멘트 공장의 일부 공정에서 산업용 요소수가 사용된다.
현재 운행되는 경유 화물차 330만 대 중 60%인 200만 대 정도는 요소수를 반드시 넣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요소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물차 등 경유차와 건설용 중장비 등이 가동할 수 없어 '물류 마비'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급한 대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사용토록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용 요소수 제조업계는 산업용 요소나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요소수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드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면 산업용 요소수는 증류수를 사용해 만드는 차량용과 달리 공업용수를 사용한다"며 "공업용수는 깨끗한 증류수와 달리 일부 불순물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기에는 불순물 관리 등이 이뤄지지 않아 차량용 사용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차량용으로 가능한지 품질 검증이 안 된 산업용 요소수를 사용했다가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고장이라도 나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냐"고도 반문했다.
완제품인 산업용 요소수가 아니라 원료인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차량용 요소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로 요소수를 만들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불순물 수준이 다르다"며 "산업용은 말 그대로 산업용이라서 차량용 기준을 거의 맞추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도 "인증을 받기 위해서 요소의 농도라든지 순도에 대한 부분들을 확인해야 하는데 산업용 암모니아에서 나오는 요소는 그런 부분에 대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산업용 요소로 만든다면 (차량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반 요소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검증이 안 됐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산 기준과 과정을 엄격히 적용해 차량용으로 만들더라도 국내에 한정된 요소를 산업용이나 차량용으로 돌려써 봐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량용 요소수가 특히 문제로 떠오른 것은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이 확실히 와닿기 때문에 이슈가 된 것이지 산업용도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요소수 품귀 현상은 차량용이나 산업용을 구분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근본적으로 원료인 요소를 어떻게 구할지에 대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용이나 차량용이나 원재료인 요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쓰레기 소각장에서도 요소수를 사용하는데 산업용을 우선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해 버린다면 소각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