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조 굴리는 '공룡 헤지펀드'가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
이 회사가 설립한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는 뚜렷한 실체 없이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유령회사다. 지난 5일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관련기사: [단독]화천대유 일부 자금, 美 조세회피처 유령회사서 왔다)에서 화천대유에 투자된 152억 원의 출처로 지목된 곳으로, 2018년 4월 화천대유에 210억 원을 대출한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에 15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진이 확보한 회사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9년 12월 말 회사는 자진 폐쇄했다. 당시 델라웨어 주 정부에 회사 설립과 해산 작업을 맡은 현지 전문 대행사 C사를 통해 확보한 공식 자료를 보면, 관련 서류들에 책임자로 서명한 인물이 오크트리캐피탈 미국 본사의 고위 관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투자자 살펴보니…'헤지펀드+증권사' 임원들 수두룩
화천대유에 210억 원을 대여한 리딩투자증권 사모펀드(REDI 2호) 투자자 구성을 보면 큰 틀에서 개인과 법인으로 나눌 수 있다. 취재 과정에서 투자자 실명이 확인된 것은 180억 원이다. 나머지 30억 원의 출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채 베일에 쌓여있다.드러난 180억 원 중 가장 큰 비중은 152억 원을 넣은 페이퍼컴퍼니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다. 나머지 28억 원은 'REDI 1호'라는 이름의 리딩 사모신탁펀드가 투자했다.
우선 오크트리캐피탈의 아시아 지사와 한국 지사의 고위급 임원과 배우자가 펀드에 참여했다. 이들이 넣은 돈만 11억 원(28억 원 중 40%)이다. 글로벌 헤지펀드가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을 주도해 출처 불명의 자금 150억 원을 화천대유에 투입했을뿐 아니라, 헤지펀드의 임원들도 그 과정에서 개인자금까지 동원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아울러 사모신탁 상품을 만든 리딩투자증권의 고위 임원 이모씨(4억 원)와 박모씨(1억 원)도 펀드에 직접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오크트리캐피탈 부동산 투자부문 아시아 책임자인 최모(51)씨를 포함해 추가로 확인된 펀드 투자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투자 경위와 관련해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
복잡한 자금흐름 왜? 전문가들 "출처 가리는 것이 목적"
2018년 화천대유가 차입한 210억 원이 '헤지펀드→조세회피처→사모펀드→은행' 4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달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한 자금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상식적인 선을 벗어난 방식으로 돈의 출처를 가리기 위해 껍데기를 여러 겹으로 씌웠다"며 "과정이 복잡하면 비용도 당연히 증가하는데 (투자자가) 그걸 감수할 이유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다른 회계사는 "결국 투자금이 어디서 왔느냐가 사안의 핵심인데 조세회피처는 출처 은폐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선택지"라며 "사모펀드가 투자 구조를 설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헤지펀드 현직 운용역은 "운용사나 증권사 임원이 투자에 참여한 것은 '책임투자' 측면에서 들어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