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kg인데 4평짜리 방에 갇힌 반달곰…'내보내줘요 제발'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증식장 철창 우리에 갇혀 있는 곰. 사단법인 반달곰 친구들 제공
야생에 부적응한 반달가슴곰을 보호 관리하는 시설 우리에서 곰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 소형 철창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이 스트레스로 인해 이상 행동인 이른바 정형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전남 구례에 있는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증식장에는 대부분 야생 적응에 실패한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23마리의 곰이 5개 동에 보호 관리되고 있다.

애초 이 시설에는 지난 2006년 8마리에서 2021년 23마리로 3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문제는 보호 관리 곰 개체 수는 급증했는데 방사장 규모(5239㎡) 증설이 없어 철창 우리에 갇혀 있는 곰들로부터 이상 행동인 이른바 정형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대 몸무게 200kg에 육박하는 반달가슴곰이 불과 14㎡ 소형 철창 우리에 갇혀 있다 보니 이상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장정재 센터장은 "관리 보호되는 곰들은 방사공간이 비좁아 이틀이나 사흘 정도에 한 차례 정도 야외에 생활하다 보니 갇혀 있는 우리 안에서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반달가슴곰 증식장 내 철창 우리 모습. 사단법인 반달곰 친구들 제공
또 철창 우리도 대부분 지난 2006년 설치된 지 15년 채 그대로여서 노후화된 상태다. 그나마 수의사는 인근 동물 의료센터가 있어 확보됐지만, 전문 사육사는 단 한 명도 없어 비전문가인 연구원 직원들이 곰들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환경단체인 반달곰 친구들 윤주옥 이사는 "애초 구례 증식관리장은 곰 개체 수를 9~10마리 보호하도록 설계됐는데 현재 23마리로 대폭 늘어나 시설 포화로 인해 철창에 갇힌 곰들이 방사가 잘 안 돼 이상행동을 보이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17년부터 증식관리장 확대를 요구했는데 이제야 예산이 반영됐다"면서 "조속한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윤미향 국회의원은 최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전남 구례 반달가슴곰 증식관리장의 시설 포화로 곰들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문제를 지적하며 환경부는 반달가슴곰의 안정적 서식지 마련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구례 반달가슴곰 증식 관리장 규모를 30억 원을 들여 애초 2024년 말에서 1년 앞당겨 2023년 말까지 6만3217㎡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호 관리하는 반달가슴곰 개체 수도 33마리까지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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