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내치고, 박정희 추앙하는 野 주자들, 이유는?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체로 비판 목소를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수층에서 추앙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공과(功過)에 대한 여론의 평가도 분분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5‧18 관련 사과 거부 등으로 여론은 물론 보수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단국대 서민 교수의 유튜브 콘텐츠의 '홍어준표' 썸네일과 관련해 유승민 전 의원이 호남 비하라는 비판을 가하면서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에 이어 또 다른 악재를 맞은 모습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정적 소재로 재차 소환되고 있다. 반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긍정적 소재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시절에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은 거론된 바 있다. 이번 본경선은 '당원 50%‧일반여론 50%'가 적용되면서 당원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각 후보들 또한 전직 대통령들 관련 평가를 사전에 대비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대선경선후보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후보들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영남권‧강성 보수층에서 추앙을 받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평가 내지는 찬양성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6일 국립 현충원의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최빈국인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기초를 놔주신 분"이라고 극찬했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22일 TV토론에서 "우리나라 대통령 중 과학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박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내세우고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고 했고, 함께 토론을 하던 원희룡 후보도 "기본적인 식견과 함께 용인술에서 전설이었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 9월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당시 "이 나라를 오랜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킨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전 전 대통령이었다. 민의힘 입당 전까지 중도 확장력이 있다고 평가를 받았던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성 발언을 하면서 불이 붙은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당협 방문에서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논란 직후 경쟁주자들은 물론 여론의 쏟아지는 비판에 불구하고 윤 후보는 발언 취지를 언론 등이 왜곡하고 있다고 버티다가 이틀 후에야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뒤늦은 사과에 여진은 지속됐다. 윤 후보의 사과에 직후 '개 사과' 사진 논란이 일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 사죄 차원에서 지난 2일 광주 방문을 검토했다가 오는 5일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 이후 방문하기로 일정을 연기한 상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
보수진영 전직 대통령인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평가를 두고 당내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온도차는 국민 여론과 역사적 평가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장기 독재로 피해를 입었던 이들이 대부분 현존하지 않는 반면, 전 전 대통령이 자행한 5‧18 관련 희생자 및 유족들이 여전히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박정희 시대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역사적 사실이 됐다"며 "전두환은 5‧18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독재를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같은 독재라도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평가는 좀 다르다"며 "박 전 대통령이 나름 부국강병을 위한 마음으로 뿌린 경부고속도로와 포스코 등 씨앗들이 후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은 사실 자신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미국 수뇌부와 타협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박정희 후광'을 기반으로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사태로 물러났지만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강성 보수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탄핵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 후보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송구했다는 등 표현을 쓰면서 보수표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남권에서 박정희와 박근혜에 대한 표심은 있어도 전두환에 의해 좌우될 만한 지지 세력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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