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 신고된 집회·시위는 총 39건, 참가 인원은 2913명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 이전인 지난달,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던 수도권의 경우 1인 시위만 가능했지만 집회·시위 및 참가 인원이 급증한 셈이다.
위드 코로나 첫날인 지난 1일에 신고된 집회·시위는 26건, 참가 인원은 2044명이었다. 이틀 차에 수치가 증가한 점을 볼 때, 향후 집회·시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드 코로나 기준에 따르면 집회·시위는 백신 접종자·미접종자 구분 없이 100명 미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접종완료자와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확인자, 18세 이하 등만 참여하면 500명 미만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급증'하는 집회·시위에 일선 경찰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집회 및 시위가 많이 줄었는데 11월 들어오면서 점점 늘고 있다"며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긴장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뿐만 아니라 미뤄졌던 관내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라 이쪽으로도 투입될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덜 바빴는데 이제부터 많이 바빠질 것 같다"고 밝혔다.
제한이 풀린 만큼 앞으로 열릴 대규모 집회·시위에 대한 걱정도 나왔다. 당장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앞에서는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노조원 4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다닥다닥 붙은 채 열을 맞춰 정부서울청사로 행진하기도 했다. 오는 13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투입됐던 경찰 관계자는 "제한이 풀렸다고 해도 코로나19가 여전한만큼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하면 대규모 집회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구청에서 참가자 중 접종자를 확인한다고 하는데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그동안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된 '쪼개기 미신고집회'보다 관리하기 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소규모로 넓은 지역에 퍼져 진행되던 집회·시위가 한 공간에 모여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이전에도 여러 변형된 형태로 시위가 진행돼왔다"며 "오히려 지금처럼 특정 공간에 신고된 인원이 집회를 하는 것이 경찰 입장에서 더 편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집회·시위가 늘어나면서 장소를 둘러싼 갈등도 또다시 반복될 조짐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수요집회'를 열었던 정의기억연대는 3일에는 10m 정도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먼저 집회 신고를 해 장소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은 상징성이 있는 공간인데 자유연대 측이 선점했다"며 "현장에서 마찰이 있을 까봐 애초 모시려던 이용수 할머니도 못 오시게 됐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에 따르면 집회 신고를 위해 주최 측은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2일)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자유연대 측은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에서 밤을 새워가며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경찰과 종로구청은 당일 발생할 수도 있는 충돌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은 경찰에 소녀상에 대한 시설 보호 요청을 접수한 상태다.
정의연은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11월 수요집회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12월 1일은 또 다른 보수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연합뉴스 사옥 앞에 집회 신고를 선점해 '장소'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가 끝난 것은 아닌 만큼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자에 대한 면밀한 확인을 하고,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 역시 거리두기 등 방역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려대 최원석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회나 시위는 기본권인만큼 허용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주 밀집한 상태는 피하는 등 신경을 쓰면서 집회를 이어가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