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50억원 부정' 사무장병원 사건…자수한 피의자 1년째 기소 않는 검찰

의료기기전문업체 회장 등 허위세금계산서 발급·불법 대출 혐의
공범 자수했지만 검찰 한 차례 무혐의…경찰, 재수사 끝에 송치
1년째 처분 미루는 검찰…"피의자·죄명 많아 보완수사 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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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의료기기를 빌려주지 않았음에도 빌려준 것처럼 속여 백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이를 통해 불법 대출한 자금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의료기기전문업체에 대해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 1년이 지났음에도 기소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범 혐의의 피의자 중 한 명인 병원장이 자수까지 했지만, 처분이 미뤄지는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이 과거 검찰에 의해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이 났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것 이다. 과거 검찰은 자수한 피의자를 그냥 놔줬는데, 이를 경찰이 수십개월 재수사한 끝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황이다.


경찰 재수사로 '기소의견' 송치 1년째…감감무소식 검찰


연합뉴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박현철 부장검사)는 의료기기전문업체 ㄱ사의 회장 등 관계자 7명과 병원장 A씨 등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종로경찰서가 해당 사건을 송치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아직 (기소 등) 처리가 안 됐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피의자가 많고 죄명도 여러 개라서 보완수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 공모해 총 120억원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사로부터 140억원 가량을 대출한 사기 혐의를 받는다. 수십억원대의 의료기기를 실제로는 리스(장기임대)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임대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이를 근거로 금융사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경우에는 금액을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45억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거래 대금은 100억원으로 부풀리고,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개당 4천원짜리 '적외선 전구'는 개당 109만원짜리로 둔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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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사무장병원' 운영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ㄱ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 34개월 동안 대전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 등 여러 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약 350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사무장병원이란 의사나 의료법인이 아닌 개인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현행법상 의사나 의료법인이 아니면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지난해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자 건보공단은 이를 근거로 해당 병원들에 지급된 요양급여 약 463억원에 대한 환수 절차에 들어갔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만 되더라도 '요양급여 지급 보류 및 환수 결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소 후 재판결과가 무죄로 나오면 환수결정을 취소한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검찰의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근거로 환수 조치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해 보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혹여 검찰이 뒤늦게 기소를 하더라도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 환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소 미루는 검찰, 왜?…결론 번복 부담되나


검찰이 계속 기소를 미루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검찰 단계에서 한 차례 무혐의 결론이 난 적이 있는데, 이 결론을 뒤집는 것이 수사팀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범 중 한 명이 자수했고, 경찰 수사로 여러 혐의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기소하지 않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종합병원 병원장 A씨는 2017년 11월 진정서를 들고 대전지방검찰청을 찾아갔다. 진정서에는 A씨가 ㄱ업체와 공모해 벌인 백억원대 불법 리스 대출과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사실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검찰에 자수한 셈이다.

사건은 ㄱ사 관계자 등의 요청으로 2018년 1월 서울동부지검으로 이관됐다. 이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 A씨는 서울동부지검에 여러 차례 '조사를 진행해달라', '공범들이 혐의를 부인하면 대질 조사에 응하겠다', '서울에서 조사가 어려우면 다시 대전으로 이관해달라'는 등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약 8개월 후인 2018년 9월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의 '진정내사 사건 처분결과 증명서'에는 "진정인의 진술만으로 피진정인들의 재화나 용역의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했거나 OOOO캐피탈을 기망해 대출을 받았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적혀 있었다.

또 "피진정인들은 금액을 부풀린 것이 아니고 매입단가를 고려해 원가를 산정한 후 부대비용을 고려해 진정인과 합의 하에 금액을 정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다"며 "제출한 서류들이 각각 피진정인들의 주장과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A씨가 요구한 '대질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혐의'로 끝날 것 같았던 사건은 경찰 수사로 반전을 맞는다. 2018년 2월 따로 첩보를 입수해 해당 사건에 관한 내사에 착수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약 20개월 수사 끝에 이들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통신·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경찰은 당시 ㄱ사 관계자가 서울동부지검에 제출한 자료 중 일부가 조작됐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 OOOO캐피탈에 제출한 자료와 추후 검찰에 무혐의를 주장하며 제출한 자료 중 일부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초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섰다면 나랏돈 수백억원이 불법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가 최초 대전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한 시점이 경찰이 파악한 사무장병원 운영 시작 시점으로부터 불과 4개월 후인 2017년 11월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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