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전 사장은 '시장에 의한 압박이라고 인식했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따라 녹음 파일 속 사퇴 압박의 주체로 등장하는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檢, '사퇴압박' 의혹 수사…황무성 "유한기가 들고 온 사표에 사인"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는 '황무성 녹취록'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를 비롯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유한기 전 본부장 등이 고발된 사건을 전날 배당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부서는 대장동 전담수사팀에 편재돼 이 사업 실무자와 조력자, 그 윗선의 배임‧뇌물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이다.
고발의 근거가 된 황 전 사장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지난 25일 공개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직전인 2015년 2월6일 황 전 사장 집무실에서 녹음됐다는 해당 대화에는 유한기 전 본부장이 상급자인 황 전 사장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황 전 사장이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라고 하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아니, 주세요"라고 말한다. 요구를 거부하는 황 전 사장에게 유한기 전 본부장이 "아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대신. 저기 뭐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되묻는 대목도 나온다. 또 황 사장이 "당신 말이 왔다 갔다 하거든. 정이라고 했다가, 유라고 했다가"라고 말하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정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니까요"라고 맞받기도 한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조용히 가야되는데 시끄러울까봐 걱정들 한다"면서 "지휘부가 그런다"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또 "(녹음이 이뤄지기 전인) 2015년 1월 말부터 유한기 전 본부장이 와서 자꾸 (압박성) 얘기를 했다"며 "그런 얘기가 나오고 해서 1월 말쯤 정진상 실장을 찾아간 것 같은데 정 실장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이) 나에게 얘기한 것과,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얘기한 것이 서로 다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대장동 사업의 키를 쥐었다는 점에서 "황 전 사장 사퇴는 화천대유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반면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은 황 전 사장 사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황무성 압박했다는 '2인자' 유한기…직권남용 의혹 '윗선 규명' 키맨
이처럼 상황 인식이 엇갈리는 만큼 황 전 사장에게 직접 압박을 가했다고 지목된 유한기 전 본부장의 입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체제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영입한 인사로, '유동규에 이은 2인자'라는 의미에서 '유투'로 불린 실세다. 그는 민간 건설사인 한신공영 출신으로 같은 회사 출신인 황 전 사장이 공사 사장으로 지원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나온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비춰봤을 때 이 후보나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고위관계자가 유한기 전 본부장을 통해 황 전 사장의 사표를 받아내려 했다면 직권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유사한 구조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녹취록도 없었지만, 진술만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장을 쫓아낸 점이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왔다"며 "이 사건은 황 전 사장의 녹취록도 있는데다가 유한기 전 본부장 단독으로 압박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수사가 윗선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대장동 '배임 혐의' 입증에 檢 막바지 수사력 집중
한편 검찰 수사팀은 지난 21일 유동규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사실에 적시하지 못한 배임 혐의 입증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만 해도 그가 대장동 사업협약시 민간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빼 성남시에 '1163억 플러스 알파'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지만, 추가 수사를 이유로 들며 기소 단계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검토 과정에서 '공사 수익을 더 보장하는 사업자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공사 내부 실무진 의견이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의해 묵살됐다는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대장동 사업 공모를 앞둔 2015년 초 대장동 사업을 담당하던 공사 개발사업1팀 산하의 A 파트장이 해당 보고를 당시 전략사업실 투자팀장 정민용 변호사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질책을 받았다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정 변호사를 조사하며 "나는 결재라인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자체적으로 해당 보고를 배제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은 이런 진술과 정황 등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이 공모지침 검토 단계부터 민간 쪽에 과도한 이익이 쏠리도록 사업구조를 설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핵심 민간 사업자들의 배임 공범 여부도 검토 중인 수사팀은 이번 주 내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